잇단 ‘아토피 자살’ 그 고통 얼마나 심하길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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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03 07:26  |  수정 2014-02-03 07:28  |  발행일 2014-02-03 제8면
20140203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
만성적 피부습진 질환
유전·환경·면역 요인
심한 가려움에 수면장애
건조할 때 상태 더 악화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져
피부변형 인한 흉터 남고
우울·대인기피증 시달려
가족까지 큰 고통에 시름


지난달 24일 대구시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교생 A양(16)이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받다 자살했다. 경찰 조사결과 A양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자,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부산에 사는 30대 여성 B씨가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악화된 8세 딸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자살해 충격을 줬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5년 전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아왔던 딸이 최근 들어 증상이 악화되자 괴로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씨는 딸에게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자주 발랐는데, 이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되는 쿠싱증후군 부작용이 생긴 것으로 섣불리 판단해 극심한 자책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잇따르면서 이 질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도대체 아토피 피부염의 고통이 얼마나 심하길래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것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96만6천337명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5천만명이라고 볼 때, 약 1.9%에 이르는 수치다. 매년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100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심한 가려움증이 동반하는 피부 습진 질환이다. 유전적인 소인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 자극물질, 공해 등 주위 환경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알레르기 물질이 아닌데도 알레르기 반응이 피부로 나타나기도 한다.

건조할 때 더욱 심해진다. 사무실이나 가정 등 밀폐된 환경에서 습도가 떨어지면 피부가 건조해져 증상이 악화된다.

아토피 피부염환자와 가족들은 심리적·육체적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 증상은 가려움이다. 문제는 가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려움이 밤낮없이 계속되면서 수면장애, 피부변형, 각질 발생, 보기 흉한 흉터가 남는다. 우울증, 대인기피 등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진다. 환자의 고통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도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잘못된 지식이나 편견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한다.

평생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란 것도 편견이다. 전문의들은 아토피 피부염 아이의 75%는 생후 6개월 전에 증상을 보이고, 5세가 되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일부만이 평생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한다.

또 스테로이드제 연고가 좋지 않다는 것도 잘못된 정보다.

경북대병원 피부과 장용현 교수는 “아토피성 피부염의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간혹 스테로이드가 나쁘다는 생각에 병이 심해져도 약을 기피하는 사람이 있는데 스테로이드 연고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치료약”이라고 말했다. 아토피 피부염은 초기부터 제대로 치료하면 아주 쉽게 치료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가 나쁘다는 편견으로 연고를 바르기 겁나서 내버려두다가 보면 나중에 점점 더 심해질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는 더 힘들어 진다.

영유아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집먼지 진드기를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한다. 가족 중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 집먼지 진드기가 서식할 수 있는 카펫, 천 소파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침구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삶아서 집먼지 진드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원천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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