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가운데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신경질을 잘 부리는 아이들이 많다. 이들은 친구와의 관계에서 욕도 잘하고 화도 잘 내지만, 반대로 자신의 깊은 감정을 드러내는 데 아주 서툴고 그 감정을 지나칠 정도로 숨긴다. 이런 아이들일수록 대체로 엄마에게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지나친 간섭이나 통제를 받아온 경우다. 아마 무엇이든 “안 돼”라는 말부터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자녀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하루 종일 뱅뱅 맴돌며 지나치게 걱정하고 간섭하고 챙겨 주는 엄마를 ‘헬리콥터 맘’이라고 부른다. 숙제와 시험 고민, 친구와의 갈등까지 알아서 척척 해결해준다. 워킹맘도 휴대폰으로 학교를 다녀온 아이에게 “식탁 위에 간식 있으니까 먹고, 문제집 몇 페이지까지 풀고 학원 다녀와”라며 일일이 지시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엄마 자신의 불안과 공허감 때문에 아이에게 끊임없이 간섭을 하는 것이며 당연하다는 듯 아이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엄마 마음대로 아이를 조종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자신에 대해 한결같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그만큼 널 사랑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모두 ‘너를 잃을까봐 두려워서 그래’ 하고 같은 말이다. 그렇게 아이는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로 길러진다. 엄마 입장에서는 착한 아이가 최고의 효자효녀다. 부모에게 스트레스를 전혀 주지 않고 시키는 대로 잘 자라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럼 아이는 잘 자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착한 아이일수록 자기 내면의 욕구나 목소리를 파악하는 능력이 뒤떨어지게 된다.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을 때 자신의 감정과 의지가 차단되기 일쑤고,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경험이 적어질수록 자꾸 부모에게 의존하게 된다.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거치는 동안 계속 간섭을 받으며 착한 아이로 습관이 되고 고착화되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어른이 되어도 타인의 눈치를 보며 타인이 자신에게 하는 말에 집중하여 갈등 상황을 피하고 타인의 요구에 순종적으로 행동한다. ‘착한 것 = 말 잘 듣는 것 = 좋은 것’이 내면화된 결과다. 반면에 자신의 느낌이나 욕구는 억눌러 무시하기에 언제나 내면은 위축되어있고 우울한 감정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이 어렵고 창의성 개발이 힘들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학습목표와 학습방법을 선정한 뒤 학습을 실행한 다음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아개념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이어야만 가능하다. 창의성을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할 때, 창의성은 지적 능력 그 자체보다는 문제에 임하는 개인의 자세나 태도와 밀접하다. 예를 들어 바로 부모가 지시하거나 간섭하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놀이 속에 몰입하여 놀이에 대한 새로운 착상을 하고, 그 착상에 의해 새로운 방법의 놀이를 생각해낼 때 오히려 창의성이 개발된다. 아이 내면의 고집과 엄마의 고집이 충돌할 때 엄마의 고집이 번번이 이기는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은 길러지지 않고 창의력 또한 박탈된다.
아이를 착하게 키우지 말자. 그렇다고 ‘나쁜 아이로 키우자’거나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은 아이로 키우자’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병이 되듯이 부모 간섭도 적당히 해야만 한다. 방목도 아니고 간섭도 아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따금 지켜보는 부모가 되자. 아이가 부모의 교육방향이나 핵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간섭하지 말자. 특히 아이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자라는 신학기일수록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살펴봐야 한다.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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