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갈등의 사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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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9   |  발행일 2016-05-09 제30면   |  수정 2016-05-09
[아침을 열며] 갈등의 사회화

총선 결과는 국민 분노 표출
정치권이 다원성 인정하고
갈등의 사회화를 통하여
조화롭게 중재·조절해야
진정 지지받을 수 있을 것

우리 사회의 갈등은 지난 총선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보수층의 굳건한 장벽이라고 여긴 대구에서 집권 여당의 후보가 3명이나 탈락되는 이변이 일어났고 야권의 텃밭이라던 호남에서 여당 후보가 2명이나 당선되었으며 십수 년 만에 여소야대의 3당 정치구도를 형성시켰다. 그동안 정치권의 욕심으로 지역주의가 고착화되어 가던 상황에서 그와 같은 변화의 바람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출이자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 담긴 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상당 기간 좌우의 이념 논쟁으로 몸살을 앓다가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념 갈등은 계층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으로 변화되어 사회 각 부분의 상충된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의 양상이 점차 증폭되고 집단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소득 불평등의 문제에 따른 빈부격차, 양극화로 인한 계층 갈등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북한의 계속적인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로 인하여 한반도의 안보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제조업의 생산성 저하,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한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소득 불균형은 사회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80조원에 이르고, LG경제연구원은 2016년 우리 경제 상황은 대외적 경쟁 격화 속에 청년실업과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동시장 불안과 부채 증가 등으로 저성장 기조에 따른 위험요인이 산재되어 있다고 진단하였다.

대의제 민주주의하에서 사회갈등의 중재와 조화는 대통령과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은 사회 갈등을 중재하여 해소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개인적·당파적 이익을 우선시하여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와 같은 정치권의 무능함은 최근의 세월호 사건, 북핵 문제, 교과서 파동 및 20대 총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고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하여 이를 심판하면서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려고 하였다.

갈등이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를 말하는데, 민주화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갈등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정치의 관건은 갈등의 제거가 아니라 갈등의 완화와 조절인데, 정당 정치가 사회 갈등을 폭넓게 조직하고 동원하고 통합하지 못한다면 그때의 인민 주권은 사실상 그 절반밖에 실현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정치의 목적은 갈등을 사회화하여 이를 개인적 부담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으로 해결하게 하는 것이다.

곧 20대 국회가 시작된다. 정치권이 우리 사회의 심화되는 갈등을 중재, 조절하는 역할을 다할 때에 비로소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국민들에게서 ‘이쪽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저쪽이 싫어서 할 수 없이 이쪽을 선택한 것이다’라는 푸념은 더 이상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독일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길은 ‘도덕적 공동체를 법률로 표현한 헌법을 수호하고 합리적 소통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갈등의 원인인 사회의 다원성을 인정하고 갈등의 사회화를 통하여 이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며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헌법기관인 국회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도 알고 있다.김형곤 법무법인 중원 구성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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