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정당하지 않은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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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8 07:50  |  수정 2018-06-08 07:50  |  발행일 2018-06-08 제10면
[변호인 리포트] 정당하지 않은 행위

지난 4월5일 한국GM 사장실은 아수라장이 됐고, 카허 카젬 사장은 사장실에서 쫓겨났다. 이날 소동에 대해 카젬 사장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원인 제공은 사측이 먼저 했다. 회사는 같은 날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지난해 임금협상 때 정한 1인당 450만원씩의 성과급 지급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통보했고 직원들은 분개했다. 노조 간부 등 50여 명은 이날 인천 부평공장 본관 사장실을 점거하고 사장을 내쫓았고, 이 과정에서 의자와 서랍장을 파손했다. 돈을 못 받게 된 채권자라서 용서받게 될까. 그리고 폭력쟁의도 보호받는 노조활동일까.

노조원 다수가 사장실에 침입한 후 기물을 파손한 것은 공동 또는 특수 방실침입죄, 공동 또는 특수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만약 사장의 퇴거요구를 받고도 불응했다면 공동 또는 특수 퇴거불응죄도 성립한다. 한편 돈을 받지못해 화가 나 사장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면 맞지 않았어도 공동 또는 특수 폭행죄에 해당하고, 쇠파이프를 카젬 사장 얼굴을 향해 겨냥하면서 겁만 주었더라도 공동 또는 특수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가정적). 나아가 돈을 주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겁을 줬다면 공동 또는 특수 공갈미수죄에 해당한다. 채권자라도 사회상규상 용인되는 수단을 넘어 돈을 요구하면 위법해 처벌된다. ‘공동’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의 가중처벌을 뜻하고 형법 각 해당 조항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특수’는 형법상 가중처벌 규정인데,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퇴거불응은 각 5년 이하, 특수손괴 5년 이하, 특수폭행 5년 이하, 특수협박 7년 이하, 특수공갈 1년 이상 15년 이하로 형이 높다. 이러한 복합범죄로 사장의 업무를 방해한 것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5년 이하)다. 본 건과 같은 내쫓는 행위 외에도 출입을 제지하거나 방실에 감금하는 것도 판례는 위력업무방해로 본다. 위력은 불법적 실력행사이고, 업무방해는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돼 정상적 운영이 저해된 상태를 말한다.

피의자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것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다. 법령·업무·사회상규에 따른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을 면할 수 있는데, 이 사건과 같은 강제난입과 기물파손행위는 정당하지 않다. 정당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동기나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수단과 방법이 상당해야 하며, 보호하려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하거나 균형을 이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긴급을 요하고 부득이해야 하며, 다른 수단을 택할 수 없는 보충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근로자는 월급으로 생활하는 사람으로, 돈을 떼이고 항의해야 했던 동기와 목적은 정당하다. 그런데 그 외 조건충족이 어렵다. 다수인이 사장실에 강제 침입하고 기물을 파손했으며, 사장을 내쫓는 과정에서 일부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면 수단·방법이 나쁘고, 법익 간 균형성을 상실했으며, 민사법 또는 노동관계법에 따른 절차를 생략할 만큼 긴급·부득이했다고 보기 어렵다. 보충성도 고의로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폭력쟁의가 노동조합 측의 입장 관철만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으로 평가되면 목적의 정당성도 부정당할 수 있다. 방법적 측면과 관련해 특히 대법원은 폭력을 동반한 쟁의행위는 노동관계법률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정당한 쟁의행위가 되는 것이 실제에서는 참으로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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