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속뜻풀이 국어사전과 영화 '말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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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8 00:00  |  수정 2019-04-08
20190408

얼마 전 TV에서 성균관대 문과대학장을 역임한 전광진 교수가 한글과 국어사전의 역사를 다룬 영화 '말모이'의 스토리를 소개하는 것을 봤다.
 

전 교수는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과 '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을 편찬한 김천 출신 학자이다. 오랜 연구과정을 거쳐 만든 그의 사전들은 교육계에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애용되고 있다. 전 교수의 사전은 한글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표기할 수 있게 돕고 있다. 특히 한자교육을 별도로 받지 않은 이들에게 좋은 책으로 꼽힌다.
 

우리 언어는 원래 한반도에 사는 우리만의 말이었지만, 고대 부여와 고구려가 한자를 쓰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에 편입되었다. 이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시, 쓰게 하였으나 기득권층의 한글 천시가 지속되었으며, 이들의 우월적 지배권 탓에 한글은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무려 400여 년 동안 이어졌고, 이 기간 글을 깨우친 백성은 10% 미만이었다고 전해진다.
 

조선말 갑오경장 이후부터 사대부와 양반계층을 선두로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였다. 일본의 침략으로 우리말과 한글은 사용금지령이 내려졌다. 일제강점기 내내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려는 운동이 일어났다. 조선어학회를 조직하여 우리말 사전이 만들어진다. 이 제작과정은 험난했다. 이렇게 참혹했던 일제시대 우리말과 한글의 수난과정이 영화 '말모이'에서 재현되고 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한 우리는 나라를 되찾았다. 우리의 말과 한글로 교육을 하였고 새로운 국어사전도 출간되었다. 그러나 어설픈 해방공간에서 우리의 글은 변화를 거듭한다.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한글 전용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의미소통에 혼란을 겪게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편찬한 사전이 성인용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과 어린이용 '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이다. 이 사전들의 주요 내용은 한자 표기의 속뜻풀이, 한영사전, 한한사전, 비슷한 말, 반대말, 다른 비슷한 말로 구성돼 있다.
 

최근 전자문명의 발달로 전자사전, 인터넷사전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집중력과 편리성면에서 본다면 여전히 종이사전의 위상은 굳건하다. 오히려 전자기기를 사용치 않으므로 학생들에겐 기억력과 사고력 문장력 등을 키우는데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글로벌시대가 되면서 국가 간 이동이 활발하다. 국적을 떠나 본인이 선호하는 국가의 경제활동구조와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또한 산업화 이후 세계 각국에서 근면 성실한 생활태도로 성공적인 정착을 하고 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미국의 LA나 뉴욕,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등지에서는 현지 언어를 전혀 못해도 생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중동과 미주, 유럽, 아시아 국가의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속속 개설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어 강습소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총체적 위상이 선진국에 있음이요 역사적으로 고무적인 전개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위상에 걸맞는 어문의 소양을 한층 더 높여야 한다. 문학적 영역에서도 우리말과 한글의 우수성을 각인시켜 세계 문학의 무대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송재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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