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해피 어게인' (커트 보엘커 감독·2017·미국), 슬픔을 이겨내는 시간

  • 김은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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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2   |  발행일 2021-07-02 제39면   |  수정 2021-07-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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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려다가 다른 영화에 밀려 놓쳤던 영화를 드디어 봤다. 원제가 'Bachelors'인데, 사전이 가리키는 뜻은 독신남이다. 우리나라 제목은 'Happy Again'.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다. 어두운 내용일 것 같아 보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꽤 높은 평점, 그리고 명배우 J.K.시몬스와 줄리 델피의 출연에 이끌려 우려를 떨치고 보게 되었다.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가 좋았고, 음악이 좋았고, 해피엔딩이라 좋았다. (미처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아직도 봐야 할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오늘도 푸념 아닌 푸념을 해본다. 하지만 영화가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암으로 갑작스레 아내를 잃은 빌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고등학생인 아들 웨스와 함께 LA로 이사한다. 수학 교사인 그는 친구인 교장의 배려로 상담을 받으며 조금씩 회복해나간다. 웨스 역시 엄마를 잃은 슬픔 속에서 조금씩 적응해간다. 새 친구를 사귀고 크로스컨트리부에서 힘껏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생각만큼 쉽게 극복이 되지 않는다. 빌은 프랑스어 교사인 카린과 가까워지지만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죄의식은 커지기만 한다. 어른스러운 아들 웨스는 무너져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괴로워한다. 이들이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스위트 노벰버'의 각본을 썼던 커트 보엘커가 각본·감독을 겸했다. 줄리 델피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특히 웨스 역 조쉬 위긴스의 연기가 빛났고 한없이 부드러운 역할의 J.K.시몬스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슬픔을 이기기 위해 힘껏 달리는 웨스의 모습과 무너져가는 아버지를 향해 절규하는 장면이 절절하다. "인생의 수많은 기쁨은 고통과 함께 오기도 한다"는 대사도 좋았다. "하지만 그건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야"라고 덧붙인 말도 마음에 남았다.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갈 아들을 향한, 사랑하는 엄마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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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요 인물인 빌, 웨스, 카린, 그리고 웨스의 여자친구 레이시 모두 상처가 있다.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 상처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 바다를 보며 함께 차를 타고 가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인물들을 보며 계속 생각한 것은, 슬픔을 이겨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지만으로도 어렵다. 주변의 따뜻한 위로도 필요하지만, 일단은 자신에게 시간을 좀 주어야 한다.

집에서 십분쯤 걸어가면 호젓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숲속 카페가 있다. 이런저런 일에 치여 힘든 날,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한참 숲속에 있었다. 어느새 생각이 정리되고 맑은 기운이 솟아났다. 때로는 아이스커피 한 잔만으로도 생기가 도는 게 인생이다. 더구나 숲속에서의 호젓한 시간은 아픈 마음에 치료약이나 다름없었다.

몸이 아프면 치료를 해야 하듯 마음도 마찬가지다. 지금 마음이 힘들고 아픈가. 기억하자.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라고. 또한 인생이란 게 크로스컨트리처럼 고통과 기쁨이 함께 오는 거라고.
김은경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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