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이준석의 이유 있는 '윤핵관' 트집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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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3   |  발행일 2022-01-03 제34면   |  수정 2022-01-03 07:17
대표와 대선후보 초유 충돌
윤석열 지지율 까먹는 원인
대선 후 주도권 상실 우려감
정권교체 실패면 보수 공적
성공하면 차차기 가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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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서울본부장)

대선정국이 후반부로 갈수록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내부 분열, 그중에서도 윤석열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이다. 당의 대선후보와 대표가 계속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인데, 주로 이준석의 불만에서 비롯된다. 갑자기 당무를 거부하고 전국을 돌거나, 아래 직급 당직자와 SNS 말싸움을 벌이다 선대위 직함을 던져 버리는 이해 못 할 행동을 한다. 이준석은 도대체 왜 그럴까. 당 대표가 상대방 공격은 제쳐두고 뭣 때문에 내부총질에만 열중할까. 단순히 나이가 젊은 데다 자기 과시욕이 심해서? 아니다. 이준석은 10년 전 '박근혜 키즈'로 정가에 모습을 드러낸 뒤 여러 논란을 일으켰고 국회의원선거에도 세 번 낙선했지만 대표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는 사이에 여의도 생리를 몸으로 터득한 인물이다. 그냥 제 성질에 못 이겨서 좌충우돌하는 게 아니다.

분명한 목적은 이준석이 윤석열에게 내미는 요구사항에 나와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을 정리하고, 선대위를 쇄신하란 주장인데 결국 같은 말이다. 윤석열이 신임하는 측근들이 떠나야 몽니를 멈추겠다는 거다. 왜? 대선 이후 본인 입지에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그럴 이유는 있다. 윤석열이 정권을 잡으면 정치판에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안에선 논공행상을 놓고 치열한 파워게임이 불가피하다. 과거 대통령 당선자와 달리 윤석열의 인재 풀이 넓지 않으므로 대선 캠프 주변 핵심 참모들의 몫이 커진다.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내각, 청와대 참모진, 정부 산하기관, 공기업 등의 인적교체를 '신주류'가 주도한다. 6월 지방선거 공천권도 그들이 쥔다. 아울러 정계개편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가 탄생하면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에 '윤석열 색채'를 강하게 입혀야 한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후 집권세력이 기존 새천년민주당을 껍데기만 남기고 '노무현 색채'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일이 반면교사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극심한 여소야대 지형도 변화시킬 수 있다.

이준석 개인 입장에선 이런 변혁이 두려울 거다. 윤석열이 승리하면 야당 대표에서 여당 대표로 위상이 높아지고 지방선거 공천권을 일부 행사하면서 새 정부 구성에도 적극 참여해야 하는데, 지금의 예상대로면 정계개편과 신당 창당 과정에서 당 대표 자리마저 날아간다. 본인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일을 주도할 그룹이 '윤핵관'을 중심으로 한 선대위 핵심 인물들이니 그토록 강하게 적대감을 표시하는 거다. 물론 윤석열은 당선되더라도 신당 창당은 없다고 손사래 친다. 그러나 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진보진영에서 정계개편이 예정된 수순인 것처럼 부추긴다. 그런 말에 귀가 열렸는지 이준석도 "창당을 노리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내비친 바 있다. 신당의 주축 세력은 '윤핵관'이 될 게 분명하므로 이준석은 불만이다. 그렇다고 대선에서 손을 떼는 건 하책이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승리에 심혈을 쏟으면 당장은 파워게임에서 밀려도 '차차기' 길은 많이 열린다. 반면 윤석열이 패배하면 책임론으로 비대위원장에게 당 대표 자리를 내주면서 보수진영의 '공적1호'가 된다. 젊은 나이에 여의도 낭인이 될 수 있다. 이준석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당장 내부총질을 멈추지 않으면 공멸한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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