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장사꾼] 막창도둑 김병철 대표…과일즙 숙성 생막창·3가지 소스·무한리필 라면 '유쾌한 막창맛'…가맹점 110개 전국구 발돋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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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1   |  발행일 2022-04-01 제34면   |  수정 2022-04-0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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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창도둑' 김병철 대표
유쾌발랄한 막창문화를 개척하고 있는 핫플 막창집 중 하나인 '막창도둑(대표 김병철)'. '아재·꼰대·노가다 막창'이란 20세기형 우중충한 막창의 이미지를 말끔하게 불식시키고 있다. 그를 사령부격인 수성못점에서 만났다.

2007년 론칭, 지금까지 110개의 가맹점 확보. 제주도 서귀포, 강원도 홍성, 전라도 광주, 무안 등 전국구로 발돋움했다. 184㎝ 100㎏에 달하는 육중한 체격. 하지만 스포츠맨의 야성과는 거리가 먼 아주 유순하고 느긋한 심성이다. 올해 46세의 김 대표는 식당 콘셉트를 감옥으로 설정했다. 룸 마다 검정 쇠창살을 설치해놓았다. 무한 리필 라면도 그만의 색깔을 입혔다. 오뚜기에 주문해 '도둑라면' 이란 명칭을 부착한 것. 가게 입구에 강도 캐릭터가 곰 인형처럼 앉아 있다.

원래 학창 시절에는 범생이었다.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생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돈이 유일한 탈출구다 싶어 일찌감치 생업전선으로 나왔다. 경일대 전기공학과에 다녔지만 전공을 버렸다. 북구 유통단지 EXCO 근처에서 스팀세차장을 운영했다. 날씨에 너무 영향을 받고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어 반야월에 있는 호프집을 임차했다. 그 집 상호가 특이했다. '카페를 도둑맞다'. 막창도둑도 거기서 착안됐다. 그리고 외식업에 도전했다. 생애 첫 식당은 반야월 막창 5호점. 예전 스팀세차장 자리에서 직원 한 명 데리고 북치고 장구치고 했다. 삶지 않는 생막창 시대를 연 반야월막창에서 배웠다. 8년 정도 운영하다가 막창도둑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여긴 '막스토랑(막창레스토랑)' 스타일. 찌그러진 드럼통 테이블, 연탄불 화덕, 고만고만한 소스…, 그런 걸 거부했다. 고가의 백탄, 철사 불판, 동그란 막창을 잘 펴서 네모 모양으로 펴서 구워준다. 이 버전은 반야월 막창이 처음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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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에도 포인트를 준다. 어디 가나 비슷한 된장 소스에서 벗어났다. 발상의 전화를 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게 파스타 샐러드. 소스도 3가지다. 된장·고추장·마늘간장 소스. 그리고 묵은지, 아삭한 질감의 콩나물, 무채 무침….

김 대표는 절정의 맛은 잘 굽는 데서 결정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다수 원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덜 굽거나 아니면 타버리거나. 그래서 여력만 되면 직접 구워서 각자 접시에 얹어주고 싶단다.

여긴 막창을 삶지 않는다. 생막창을 고집한다. 연화제 구실을 하는 키위·파인애플 등 과일즙 속에서 3일 정도 넣어 둔다. 퍽퍽하지도 않고 졸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형성됐다. 돼지 막창도 좋았지만 소 막창의 졸깃함은 이 살점이 내장이란 생각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다들 '저작삼매경(咀嚼 三昧境)'에 푹 빠져 있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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