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평범한 검사의 '검수완박' 단상

  • 박수민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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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5   |  발행일 2022-04-15 제6면   |  수정 2022-04-15 07:21

[특별기고] 평범한 검사의 검수완박 단상
박수민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쾅쾅" 그날 새벽은 최달포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날이었다. 달포는 운영하는 상점의 문을 닫고 깊은 잠에 들어 있었다. 출입문을 거세게 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신을 휘어 감은 시커멓고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 왔다. 이게 무슨 일이지.

"무슨 일…으악" 검은 사내 5명이 달려들어 발로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넘어진 그의 몸을 무자비하게 발로 밟았다. 달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신을 잃고 깨어났을 때는 얼굴부터 피범벅이었으며 온몸의 세포가 아우성을 질러댔다.

이후 달포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전에 상점에 방문했던 어떤 손님 한 명이 불만을 품었고, 그가 '친형과 무리들'과 함께 '혼내주러' 온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알게 됐다. '형과 무리들'은 무서운 조폭들이라는 것을.

얼마 지난 후 그들이 찾아와 조용히 말했다. "치료비는 챙겨줄게, 여기서 계속 장사해야지…" 달포는 합의서를 써 주었다. 달리 도리가 있을까. 거부했다가 보복하는 거 아닐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지만 "원만하게 합의했고, 진단서는 제출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달포의 사건은 검찰에 불구속으로 송치되었는데, 총 5명의 사내들 중 한 명은 신원을 알 수 없어 4명만 송치됐다. 달포는 잠을 자다가도 무자비하게 얻어맞는 꿈을 꿨지만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이 사건은 실제 대구지검에 송치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이후에 어떻게 진행이 되었을까.

담당 검사는 송치된 4명의 피의자들의 전력 등을 조사해 그들이 조직폭력배임을 알아냈다. 기록상으로는 그들이 조폭이라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다음, 피의자들의 다른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서 달포가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했다고 생각되자, 검사는 최달포가 치료받은 병원에서 진료기록부를 직접 수집해 달포가 당시 심각한 부상을 입어 호흡곤란 상태였음을 확인했다.

5명 중 인적사항을 알 수 없었던 1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경찰에서 4명의 피의자들은 모두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발뺌을 했다. 검사는 범행 당일과 피의자들이 경찰에 출석한 날의 통화 내역을 직접 수집한 후 이를 세세하게 분석했고, 그 결과 공범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한 명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었다.

검사는 집단폭행을 가한 조폭들에 대해 법원에 직접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했고, 검사는 구속된 조폭들을 직접 조사한 결과 특정한 나머지 한 명이 실제로 함께 범행을 한 공범임을 실토하도록 했다. 검사는 추가로 확인된 공범을 직접 조사해 자백을 받은 후 법원에 사건을 기소했다.

이것이 수사권이 대폭 조정된 이후인 지난해 1월1일 이후에 검찰에서 담당하고 있는 '직접 보완 수사' 업무다.

현재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세상에서는, 검사는 불구속으로 이 사건의 기록을 전해 받아 '치료 일수 불상의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진정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미한 사건'으로 법원에 기록을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검사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보내준 기록 외에는 아무것도.

'검수완박'은 검찰의 6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뿐 아니라 이처럼 검사가 경찰 송치사건을 들여다보고 사안의 실체를 보강할 수 있는 '직접 보완 수사'마저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틀어막는 것이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되묻고 싶다.

물론,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6대 범죄'의 수사권을 박탈하고자 하는 것일 터인데, 누가 그 수사권을 행사할 것인지 그 수사권의 행사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아무런 대안도 없이 수사권을 없애면 그 범죄는 어떻게 처단할 것인가. 6대 범죄는 사안이 복잡하고 법리 적용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중요사건으로, 축적된 수사역량 및 법률 지식, 경험이 있는 검찰이 담당할 때 가장 제대로 해 낼 수 있는 분야다.

권력과 재력을 틀어쥐고 있는 검은 그림자가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들으며 껄껄 웃고 있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은 과연 착각일까.

박수민<대구지방검찰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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