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물처럼 돼라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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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5   |  발행일 2022-05-05 제23면   |  수정 2022-05-0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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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경북부장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존재 중 없어서는 안 될 것 중 하나가 물이다. 물이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물은 우리 몸을 이루는 근간이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살 수 없다. 식량을 키우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도 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인간은 고래로부터 물 주위로 몰려들었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가 강 유역인 것도 이 때문이다. 물은 인류 문명을 발달시킨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그 양이 한정돼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 중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2.5%에 그친다. 문명 발달, 인구 급증 등으로 전 세계 물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으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인 40억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 세계가 한정된 수자원 관리에 힘을 쏟는 이유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물 부족 국가로 꼽힌다. 강수량은 풍부하지만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다 보니 물이 부족하다. 더는 물을 '물 쓰듯이'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특히 깨끗한 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좋은 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1세기는 '물의 전쟁 시대'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물값이 원유가격만큼 올라 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앨빈 토플러)라는 예측까지 나온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물과 관련한 분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구와 구미의 물 갈등이 대표적이다. 1991년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는 대구시민에게 먹는 물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일깨워줬다. 이후 잊을 만하면 터지는 수질오염 사고로 식수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대구시는 취수원을 구미산단 위쪽 상류 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게 대구만의 의지로 되는가. 취수원 이전 문제는 10여 년이 지났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갈등만 키웠다. 하지만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구미시가 지난해 구미 해평취수원을 대구와 공동이용하는 방안 등이 담긴 환경부의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을 조건부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구미지역 정치인,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돼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확대, 물 부족 등이 반대 이유다. 오염원 유출로 미안하기는 하지만 졸지에 물을 뺏기는 상황에 처했으니 이들의 반발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구시가 바라는 취수원 이전은 대구나 구미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서로의 이해와 협조 속에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구미의 숙원사업인 KTX 구미역 정차 역시 마찬가지다. 떠나던 기업의 발길을 다시 구미로 되돌리고 침체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KTX 구미역 정차가 실현되려면 서울~대구 KTX 운행 시간이 20~30분 더 소요되기 때문에 대구시의 양보가 필요하다. 이 또한 이해와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이른바 물의 '육덕(六德)'을 강조했다.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融通性),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것은 겸손(謙遜),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智慧), 바위도 뚫는 물방울의 인내(忍耐), 강이나 바다에서는 온갖 오염 성분도 받아주는 포용력(包容力)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그리고 흐르고 흘러 끝내 큰 바다에 이르는 성질은 대의(大義)에 비견된다며 칭송했다. 노자가 말했듯 물처럼 돼라. 그러면 대구도, 구미도 숙원을 풀 수 있다.
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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