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늘 높은 팔공산, 그 깊은 뜻은

  • 권영시 대구앞산공원관리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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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7   |  발행일 2022-06-16 제21면   |  수정 2022-06-16 07:28
[기고] 하늘 높은 팔공산, 그 깊은 뜻은
권영시 대구앞산공원괸리소장·시인

필자는 그간 일연스님의 삼국유사 및 생애 관련 역사·문화 졸서 두 권을 출판하면서 생생한 집필 자료를 얻기 위해 해당 산문(山門)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다.

가깝게는 팔공산과 비슬산을 비롯해 군위군 화산·경산시 도천산·포항시 운제산·청도군 운문산 등지이고, 멀게는 광주 무등산·양양군 설악산·남해군 고현산·강화도 고려산과 정족산 등이다.  ·

멀리 무등산과 고려산 최고봉은 군사시설 등으로 출입이 통제된다. 고려산은 정상부 군사시설 서편에 콘크리트 포장 광장이 자리해 조망이 쉽고 고려 고종의 능인 홍릉으로 갈 수 있으며, 진달래군락지여서 탐방로가 설치돼 있다. 무등산과 고려산, 정족산, 고현산은 팔공산과 마찬가지로 허물어진 옛 산성이 있었다. 이 중 고려산 고성을 제외하고 모두 복원되었다.

무등산에는 서석대와 최고봉 사이 능선부에 1965년부터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출입이 통제되었다. 많은 시민과 학계 및 환경단체에서 자연환경을 복원하여 시민에게 되돌려주자는 운동을 전개하여 끝내는 1998년 군부대가 공원 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광주시에선 1999년 4월부터 10월까지'무등산 군부대 이전지 복원공사'를 실시했다. 등고선 지형복원과 야생식물 식재 등으로 식생과 생태가 복원되고 탐방로가 정비되었다. 이로써 서석대에서 주상절리 사이로는 제주도 오름을 연상케 할 만큼 억새 등 복원된 식생이 다양해 국가지질공원인 주상절리와 함께 국립공원다운 관광과 탐방지의 면모를 겸비하게 되었다.

팔공산은 통일신라기 오악 중 하나다. 동악은 토함산, 서악은 계룡산, 남악은 지리산, 북악은 태백산, 중악은 부악 즉 팔공산(공산)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대구는 진산인 연귀산과 공산이 기록되었다. '신라 때에는 부악이라고 부르면서 중악으로 삼아 중간급의 제사를 지냈다. 지금은 고을원을 시켜 제사 지낸다'라고 기록되었다. 이렇듯 신라의 오악 산신에 대해 나라에서 대사(大祀)·중사(中祀)·소사(小祀)를 지낸다는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팔공산 최고봉 비로봉도 오랫동안 철조망에 갇혀 접근이 통제되었다. 2004년 7월24일 '달구벌 얼찾기 모임'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낸 성지를 보존하는 데 뜻을 두고 제천단 표석을 세웠다. 산악연맹 등 여러 단체와 산악인 등의 꾸준한 개방 운동을 전개한 데 힘입어 2009년, 40여 년 만에 시·도민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아직도 공산 고성은 탐방이 어렵고 비로봉에 정상 표지석과 제단이 설치된 공간이 무척 협소해 아쉽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중사를 지낸 자리이고 달구벌 얼찾는 모임의 표석에 언급된 제천단 자리다. 제단은 산 돌로 쌓은 축대 위에 화강석으로 다듬은 판석을 얹어 놓았다.

팔공산 비로봉엔 검은 글씨 표지석 앞에 제단이 함께 자리한 정상 공간이 협소해 뭔가 부족해 보였다. 비로봉의 공간을 좀 더 확보하여 조망권을 넓혀 데크를 깔고 나아가 공산성 고성을 부분적이나마 서둘러 복원하면 함께 탐방할 수 있어서 좋겠다.

전국의 많은 산의 정상에는 자연석과 화강석 또는 오석(烏石) 등의 표지석이 설치되었다. 예컨대 경산시의 경우 고려 때 장산군의 진산인 지금의 자인면 도천산을 비롯한 여러 산에는 크기와 재질이 똑같은 오석에 앞면은 산 이름과 높이를, 뒷면엔 유래 등을 새겼다.

비로봉 서쪽 군사, 방송, 통신 시설 축대 등의 흔적도 보기에 좋지 않다. 무등산처럼 식생도 복원하고 보기 좋은 정상 표지석과 제단을 함께 설치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로써 명실공히 대구경북의 명산인 팔공산의 위상을 갖춘, 자연환경과 더불어 역사교육은 물론 국립공원승격에도 도움이 되리라.

권영시 <대구앞산공원괸리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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