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극장가 여름大戰…묵혔던 기대작 쏟아진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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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6 07:22  |  수정 2022-06-16 07:26  |  발행일 2022-06-16 제17면
급변하는 국내외 영화시장
비상선언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됐던 영화계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국내에선 '범죄도시2'가 '기생충'(2019) 이후 3년 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했고, 할리우드 역시 '탑건: 매버릭'이 글로벌 박스오피스 7억4천만달러(약 9천520억원)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흥행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미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시장으로까지 부상한 중국은 영화 시장을 내수 중심으로 재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범죄도시2 흥행發 개봉 훈풍
팬데믹 후 3년 만에 천만 영화 탄생
개봉 주춤하던 작품들 극장행 물꼬
내달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이어
명량 후속 '한산 : 용의 출현'도 공개
8월엔 칸초청 '비상선언' '헌트' 대기

최대 시장 중국 '스크린 쇄국'
할리우드 배제·소프트파워 확대 강화
작년 개봉작 중 수입영화 13% 불과
글로벌 흥행 마블신작 한 편도 없어
中 눈치보던 할리우드 반격 움직임 속
세계 영화시장 구도 변화 양상 주목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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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화시장 구도 재편 움직임

"중국은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중국 영화 산업이 공산당의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인 플랫폼이 되고 있다"며 "중국 내 할리우드 영화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국의 영화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과 별개로 할리우드와 철저히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팬데믹을 거치며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의 영화 시장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영화 산업 컨설팅 회사인 아티잔 게이트웨이에 따
한산
르면 중국의 2021년 영화 티켓 판매 수익은 73억달러(한화 약 8조7천52억원)로 같은 해 45억달러(약 5조3천973억원)를 벌어들인 미국을 크게 앞섰다.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재편한 후 드러난 결과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된 수입 영화는 전체 개봉작의 13%인 65편이다. 2019년 23%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인데, 2019년 45편에서 25편으로 줄어든 미국 영화의 감소 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마블 영화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블랙 위도우' 등 신작 4편 중 중국에서 개봉한 작품은 한 편도 없었다.

과거 한·중 합작영화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목표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중국 영화가 전 세계에 상영됨으로써 중국이 소프트 파워를 발휘하고 할리우드를 대체하는 것"이라며 "그간 할리우드에 우호적이었던 것도 중국이 자국 산업을 키울 만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최대 흥행작은 6·25전쟁을 소재로 한 '장진호'였다. 애국주의 성향의 이 영화는 2021년뿐 아니라 역대 최대 흥행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하지만 중국 내수 영화 시장의 성장에도 중국 영화가 글로벌 박스오피스를 주도하는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전 세계 영화 흥행 순위 상위 200편에는 중국 영화가 44편이나 포함됐는데, 이들 영화의 해외 성적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영화 1위 역시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차지했다. 이후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중국 시장 없이 전 세계 극장가에서 9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할리우드는 중국 시장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탑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는 대만 국기가 그려진 항공 점퍼를 착용함으로써 할리우드가 더 이상 중국 검열을 의식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광원은 "중국과 할리우드가 냉각기에 접어든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할리우드가 중국 시장을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 입장에서도 할리우드를 완전히 배제할 만큼 시장이 성숙하지 않다"며 "포스트 코로나 후 표면화될 글로벌 영화시장 구도의 변화 양상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3년 만에 찾아온 여름 성수기 기대감

글로벌 영화시장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무려 3년 만에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한국영화로는 20번째 기록이다. 무엇보다 2020년 2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천만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범죄도시2'의 천만 영화 등극은 그간 극장행을 기피했던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온다는 회복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극장 관계자들은 '천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관객들의 극장행에 확실한 회복의 시그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천만 영화는 쉬운 기록이 아니었다. 또한 극장에 천만 영화가 있으면 해당 영화 이외에도 관객 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범죄도시2'의 천만 돌파는 이 시리즈가 흥행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는 효과뿐 아니라, 극장 개봉을 주저하던 기대작들이 극장 개봉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팬데믹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상황에서도 극장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했던 한국영화 기대작들도 기다렸다는 듯 7월과 8월 개봉일을 확정했다.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1부가 7월20일 개봉을 확정했고,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명량'의 후속편 '한산: 용의 출현'이 7월 말 개봉 예정이다. 8월에는 칸의 초청을 받은 두 편의 한국영화가 차례로 개봉한다. 2021년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비상선언'이 8월 개봉을 확정했고, 2022년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은 이정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 '헌트'도 8월 개봉한다. 이처럼 극장의 회복을 기다리던 텐트폴 영화가 대거 개봉하면서 한국 영화계는 오랜만에 찾아온 여름 성수기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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