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운동해야 공부도 잘한다

  • 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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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6  |  수정 2023-12-12 10:46  |  발행일 2023-11-06 제12면

[밥상과 책상사이] 운동해야 공부도 잘한다
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국민체조'는 정부가 제정해 국민에게 보급하는 체조로 군의 집단체조를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일반인에게 맞게 구성해 보급한 것이다.

이름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국민체조 붐이 한창일 때는 체육 시간, 각종 운동회, 일반 회사 등에서 음악이나 호루라기 구령에 맞추어 모두가 함께 체조했다. 5공화국 시절에는 학교와 직장에서 의무적으로 체조를 하게 했다. 군사문화와 강제성에 대한 혐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싫어했지만, 찬성하는 쪽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체조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국민체조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학생들의 자가 학습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력 격차가 더 커졌다는 보고서는 많이 나왔다. 등교 수업 차질 때문에 학생들의 체력이 약화하고 비만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매년 초등 5학년부터 고등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생 건강체력평가(PAPS)에서 저체력인 4~5등급 학생 비율이 지난해는 16.6%가 나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12.2%보다 4%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11~17세 청소년 94%가 운동 부족 상태에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청소년 건강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이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운동의 두드러진 장점 중 하나는 학습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 의대 임상 정신과 존 레이티와 에릭 헤이거먼의 공저 '운동화 신은 뇌 (Spark Your Brain, 2009)'에 나오는 말이다. 존 레이티 박사는 유산소운동과 공부의 상관관계를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 학생들이 아침 7시10분에 0교시 체육 수업을 받았다. 약 1.6㎞ 거리를 평균 심장박동 185 이상을 유지하며 달리게 했다. 이 운동 덕분에 네이퍼빌 학생들의 과체중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전체 미국 학생들의 과체중 비율은 30%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국제 학력 평가에서 네이퍼빌 학생들은 수학에서 6등, 과학에서 1등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서울대에 수석 합격한 학생이 수능 예비 소집을 마치고 가벼운 산행을 했다는 이야기가 실린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린 적이 있다. 운동이 뇌를 활성화하고 적절한 피로로 푹 잘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이티 박사는 짧은 시간이라도 조금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걷거나 달리는 운동이 좋다고 말한다. 뇌과학자들은 운동이 뇌에 막대한 자극을 가해서 학습에 적합한 능력과 의지를 갖추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운동을 하면 뇌의 혈류량이 늘어나고, 뇌세포 수가 증가하고, 뇌세포 간 연결이 늘어난다는 것을 증명했다.

'당신의 뇌 얼어붙고 있다'를 쓴 일본의 뇌신경 전문의 츠키야마 다카시는 친한 친구의 이름이나 조금 전의 일도 기억나지 않는 등 갑자기 뇌가 얼어붙는 것과 같은 증상을 '브레인 프리즈(brain freeze)'라고 설명한다. 이 증상은 남녀노소 누구나 경험하며 뇌 기능 저하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해마다 수능시험을 치고 나면,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특정 시간에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학생이 나온다. 혼자 집에서 풀면 다 해결할 수 있는데 고사장에서는 긴장감과 압박감 때문에 사고의 마비를 느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겪는 전형적인 브레인 프리즈이다.

그는 한 분야에만 계속 집중하는 사람이나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젊은이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자발성이 결여된 단조로운 생활의 반복이나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의 연속도 브레인 프리즈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운동이야말로 뇌 기능을 향상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운동은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를 완화하고 치유하며, 학습 능력과 기억력 향상, 정서 상태 개선 등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뇌 기능은 감탄과 감동을 통해서도 향상된다. 최고의 감탄은 자연의 신비, 훌륭한 예술 작품 등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 뇌 기능은 성취감을 통해서도 향상된다. 뇌가 느끼는 최고의 쾌락은 성취감이다.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했을 때의 가슴 뿌듯한 성취감은 자신감과 함께 뇌를 더욱 활성화한다. 알베르 카뮈는 '가을은 모든 나뭇잎이 꽃이 되는 제2의 봄'이라고 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온 가족이 산과 들로 나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활발하게 몸을 움직여 보자.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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