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문화 레시피, 백년가게

  • 임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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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9 07:53  |  수정 2024-04-09 07:53  |  발행일 2024-04-09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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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소설가>

올봄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방문했다. 통창 밖으로 보이는 정원이 운치가 있다. 식당 사장인 지인은 음식을 통해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건강한 미식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분이다. 식당 입구에 '미쉐린'이라고 적힌 현판이 눈에 띄었다.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됐다고 말하는 지인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는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 회사인 미쉐린(Michelin)이 매년 발간하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이다. 세계적인 평가 기준으로 요리의 기술적 완성도와 창의성 그리고 식재료 품질 등을 평가한다. 고급 식당만이 선정되는 건 아니다. 냉면 한 그릇부터 최고급 호텔 코스 요리까지 그 폭이 다양하다.

미슐랭 가이드는 세계적인 평가로 관광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지인의 식당도 선정된 이후로 외국인 손님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인증 프로그램에 선정된 곳을 중심으로 투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도 주목할 만한 인증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백년가게'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점포 가운데,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공식 인증받은 곳이다. 백년가게 심벌 마크는 지붕 모양을 닮았다. 이는 한자 '사람 인(人)'을 이어지는 라인으로 형상한 것으로 대대손손 사업이 이어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백년가게는 업력이 대부분 30년 이상이어야 하고, 식당 외에도 서점이나 한복점과 같은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대전의 베이커리 '성심당'이 있다. 성심당에서 인기 있는 소보로빵은 1980년부터 40년이 넘도록 판매되고 있다. 덕분에 고객은 대를 이어 같은 맛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음식은 그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기에 유리하다. 먹거리를 넘어 마음을 교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성심당은 대전 지역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전국의 백년가게는 오랜 시간 동안 전통을 이어가며 지역사회와의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서 지역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성공 모델을 확산시키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백년가게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 컨설팅을 제공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백년가게들은 지역 경제와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백년가게 홈페이지에서 지역별로 선정된 점포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에서나 여행지에서 찾아가 본다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상징이 되는 백년가게들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백년 이상 존속되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임은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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