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순 한국마사회장 인터뷰 “영천경마공원, 최첨단 시설 관광지…임기내 제5경마장 있을 수 없어”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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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7 07:38  |  수정 2018-12-17 07:38  |  발행일 2018-12-1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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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영천경마공원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경북 말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전 7시50분쯤 기자는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영천경마공원이 당초 3천여 억원의 예산으로 경마공원·테마파크를 짓겠다는 큰 그림이 반쪽으로 쪼그라들면서 지역 여론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김 회장을 만나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면 영천경마공원의 장밋빛 미래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영천지역에선 “한국마사회가 1단계 사업만 하고 끝낼 것이다” “제5 경마공원 추진을 위한 예산 절감 차원에서 영천경마공원을 아예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등 불길한 소문이 파다한 지 오래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과천경마공원에 도착해 실내 승마장에서 김 회장을 잠시 만났다. 그는 기자의 손을 반갑게 잡으며 “오느라 고생 많았다. 할 말이 많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그리고 4시간 뒤 다시 김 회장을 마사회 접견실에서 만났다.

◆영천경마공원 ‘마사회 랜드마크’

한국마사회가 계획 중인 영천경마공원 1단계 사업은 어떤 모양새인지부터 물어봤다. 김 회장은 “한국마사회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최첨단 시설을 갖춘 세계적 관광지로 조성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회장은 “영천경마공원은 말·사람·자연이 어우러진 사회통합형 시민공원 조성을 목표로 한다”면서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다. 관람대·경주로·마사 등 주요 경마시행 시설과 함께 플라워 가든·잔디광장·시민체육시설·산책로·녹지 등 시민휴식공원과 지역농산물 직거래 장터·지역행사 공간을 마련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레저세 문제 해결 안돼 2단계 사업 답보
공사 첫 삽 못뜨고 10년간 허송세월 보내

사람·말·자연 어우러진 통합형 시민공원
말산업특구로서의 경북 발전방향 고심중

승마 시범학교 운영 등 저변확대에 노력
현장근로 1천여명 등 일자리 창출계획도
경북도·영천시 협조와 자발적 노력 필요”



특히 경마 공간만이 아닌 경북 말산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경마공원 안엔 자폐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학생과 범죄 피해자·소방·경찰·군인·장애인을 위한 재활 승마, 일반인을 위한 힐링 승마 등 다양한 말 관련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천경마공원 2단계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제5 경마공원 추진을 위한 예산 절감 차원이란 지적도 있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제5 경마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그런 사업은 추진하고 있지도 않다”며 “내 임기 내엔 제5 경마공원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단계 사업은 언제쯤 시작될까.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영천경마공원 역사를 먼저 알아야 2단계 사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천경마공원은 2009년 지자체 공모·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경북도·영천시가 경마공원 유치를 위해 다른 지자체보다 월등한 레저세 감면조건(30년 50% 감면)을 제시해 후보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레저세 감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첫삽도 뜨지 못하고 10년의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것이다.

올해 초 한국마사회와 경북도·영천시는 경마공원 문제와 관련해 공동TF를 구성해 당초 일괄 사업 추진을 단계별 사업 추진 방식으로 변경했다. 다시 말해 1·2단계를 동시 발주하는 게 아니라 1단계를 먼저 발주한 뒤 2단계는 레저세 문제가 해결되면 시작하겠다는 것.

김 회장은 “1단계 사업은 지난 10월5일 기본·실시설계를 통해 본격 추진했고, 2단계는 당초 경북도가 약속한 레저세 감면조건이 이행되면 즉시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1단계를 하고, 2단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소의 머리만 그리고 꼬리를 그리지 않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는 2단계가 조금 늦어질 뿐 무조건 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영천을 비롯해 경북도민은 영천경마공원의 성공적 추진을 희망하고 있다. 현 진행상황과 마사회의 분명한 의지를 듣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한국마사회는 영천경마공원 건설사업 공동시행자로 2019년 12월까지 기본·실시설계를 마친 뒤 2020년 6월까지 시공사를 선정, 2022년12월까지 건설공사를 끝낸다. 그리고 2023년 1월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영천경마공원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경마공원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영천경마공원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마사회·경북도·영천시가 함께할 추진단 구성에 대한 의견도 물어봤다. 김 회장은 “현재 마사회엔 영천경마공원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가 별도 마련돼 있다. 경북도·영천시 공무원들이 함께 해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라며 “한국마사회는 언제든 경북도·영천시 담당자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말산업 획기적 전기 확신

한국마사회가 앞으로 영천 등 경북 말산업 육성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김 회장은 정부·지자체와 함께 말산업 특구로서의 경북 발전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며 “마사회는 그동안 공공 승마시설인 영천 운주산 승마장을 ‘승용마 거점조련센터’로, 상주 국제승마장을 ‘승용마 거점교배지원센터’로 지정했고, 상주엔 유·청소년 승마교육센터 설립 예정 등 관련 시설 설치와 운영을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또 “경북에 연간 1만3천48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승마체험사업을, 일반인 1만2천600명·학생 398명을 대상으로 무료 일반승마체험, 장애학생 490명에겐 재활승마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연간 3개 학교 200명 규모의 학교체육 승마 도입 시범학교를 운영하는 등 승마 저변 확산은 물론 경북지역 말 생산농가와 승마시설의 경영 개선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영천경마공원 발전을 위해선 경북도·영천시의 적극적 협조와 자발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마공원은 한국마사회가 조성하지만 운영은 경북도·영천시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모든 경마장이 마찬가지지만 영천경마공원도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 매일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주당 두 차례가량 연간 3개월 경마가 있는데, 나머지 기간은 어떻게 경마공원을 활용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재활승마·힐링승마는 물론 경주마 휴양시설로 활용하는 등의 준비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과천경마공원은 경마가 없는 날엔 컨벤션센터를 예식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도시에선 보기 드물게 넓은 주차장이 있어 다양한 행사도 가능하다. 또 과천경마공원의 경우 경마가 없는 수·목요일엔 전국 농산물을 직거래 판매하는 ‘바로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엔 의성 마늘과 강화 인삼 등 130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바로마켓 연간 매출도 100억원이 넘는다. 김 회장은 “경북도와 영천시도 영천경마공원 조성에 앞서 휴장 기간 경마공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천경마공원이 조성되면 일자리 창출은 얼마만큼 이뤄질까. 김 회장은 “1단계가 끝나면 상시 고용인원은 300여 명가량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경주마 휴양시설·트레이닝센터가 조성된다면 조련사·마방관리사·장제사 등 전문직만 50명이 더 고용될 것”이라며 “공사 기간엔 현장 근로자만 1천여 명이 일하게 된다. 경북도·영천시가 어떤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일자리는 몇 배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영천경마공원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영천경마공원이 국가사업으로 결정된 만큼 경마공원이 지역사회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데 모든 힘을 모아줬으면 한다. 지역민이 한국마사회를 믿고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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