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알쏭달쏭한 구속기준(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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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1   |  발행일 2017-09-01 제7면   |  수정 2017-09-01
[변호인 리포트] 알쏭달쏭한 구속기준(Ⅱ)

전 형사절차에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대표적 지점은 영장, 보석, 판결 선고 단계다. 구속기소와 불구속기소의 불평등, 보석허가와 불허가의 불평등, 실형과 집행유예의 불평등이 국민들에겐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위 세 가지 불평등 요소 중에서 시간적으로 가장 먼저 도래하는 절차가 바로 영장 단계다. 초기 승세가 장래 공판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점을 잘 아는 수사기관은 구속을 자신의 수사를 평가받는 잣대로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구속 여부는 서로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헌법상의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제198조 제1항). 다만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우려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피고인을 구속해 재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범죄혐의는 어느 정도로 소명돼야 하는지, 어떤 경우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위험을 인정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확립된 법원의 기준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대중에 공개해 왔는가.

그렇지 않다. 법원의 양형기준과 달리 구속기준은 확립된 선례 모음이 없다. 공개되지도 않는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 경우 검찰의 영장청구서 ‘許(허)’란에 법관의 도장을 날인하고, ‘否(부)’의 경우 인신구속사무의처리에관한예규 제51조에 따라 불허의 취지와 이유를 기재해 검찰에 영장기록 원본 일체를 돌려줌으로써 자신의 사무를 다한다.

판결문처럼 구속결정문이 별도로 없고 작성하지도 않으며, 공개되지 않는다. 심지어 대법원 사건검색란에서 검색되지 않는 완전 비공개 시스템이다. 영장재판 후 법원에 남는 것은 영장청구서 사본과 1쪽짜리 구속전피의자심문조서 원본에 불과하다. 그래서 구속사건에서는 형사변호사의 도움이 필수적이고, 피의자의 태도도 절실하다. 대체로 눈을 가리고 절벽 난간을 걷는 기분이리라.

최근 구속된 사례다. 첫째, 일자리와 성형수술을 빙자해 태국 여성들을 입국시킨 후 성매매를 강요하고 대금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됐다. 범죄가 중대하고, 활보할 경우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진술 회유할 가능성이 높았다. 나아가 불구속 상태에선 태국의 공범들을 도피시킴으로써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둘째,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미성년의 피의자가 구속됐다. 피의자는 잔혹한 범죄를 계획해 완성시킨 후 증거를 인멸하는 수단으로 시신을 훼손, 유기해 증거인멸의 위험성이 현재했고, 도주할 우려도 무시할 수 없었다.

셋째, 5년간 대학원생들에게 BMW 차량 리스료를 대납하게 하고, 논문 심사비와 실습비 명목으로 5천900여만원을 갈취하고, 인건비를 부풀려 청구해 5천500만원을 가로챈 국립대 교수가 구속됐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준 돈이라거나 실험에 필요한 실습비라며 혐의를 부인한 점을 보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농후한 사건이었다. 통상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참고인들을 위협하거나 매수해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쉽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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