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동생 돈은 동생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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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8 07:39  |  수정 2018-05-18 07:39  |  발행일 2018-05-18 제10면
[변호인 리포트] 동생 돈은 동생 돈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앓던 동생의 성년후견인 친형이 횡령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동생의 보험금을 임의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때로 미성년자의 부모가 이해상반행위(利害相反行爲)를 하거나 친권을 남용한 경우가 있었지만, 법원의 선임으로 성년자를 돌보던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복리에 반해 재산을 함부로 착복한 것은 뜻밖이다. 특히 법원이 재산회복처분을 명해도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자신의 보수를 달라고 주장한 것은 성년후견인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형은 동생 보험금으로 자신의 집을 구입했고, 매입에 사용한 보험금은 1억2천만원이나 됐다. 피고인은 집을 사서 동생을 돌보려 했다고 변명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설사 동생 보험금에 자신도 대출금을 보태 집을 샀더라도 법원이 허락한 처분행위가 아니라면 공동명의로 매수해야 했다. 성년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되는가. 또 법원의 사전허락을 받은 돈이라면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해도 되는가. 그리고 동생과 생계를 같이하던 형의 행위는 친족 간 범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인가.

첫째, 성년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전반적 재산관리, 신상보호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산의 처분·사용에 대해 법원의 감독을 받고 특히 처분행위는 미리 허락된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임의로 재산을 처분하면 직무에 위배한 불법행위가 된다. 비위가 있을 경우 법원은 후견인의 권한을 박탈하거나 후견인을 변경하고, 심한 경우 형사고발을 하게 된다. 본 건에서 형은 동생을 돌본다는 명분으로 성년후견인에 선임됐지만, 동생의 재산을 사적으로 착복했고, 형법상 횡령죄를 저질렀다.

둘째, 법원이 사용·처분을 허락한 돈이더라도 용도가 엄격히 정해졌다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횡령죄가 될 수 있다. 이는 개인착복과는 다르지만 위탁받은 용도를 벗어나 유용·전용한 점에서 비난이 가능하다. 다만 용도가 엄격히 정해진 경우에 한해 처벌한다. 보통 예산집행자들은 돈의 용도가 정해졌건 말건 일단 공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훗날 다시 메워 넣으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횡령죄의 법리를 몰라서 하는 잘못된 행동이다. 횡령은 반드시 개인착복을 해야만 성립하는 죄가 아니다. 위탁관계의 신임을 저버리는 것도 횡령이 될 수 있다. 돈의 유용은 제3자의 이익을 꾀하고 위탁자에게 손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셋째, 형법의 재산범죄 상당수가 친족상도례 규정을 두고 있다. 부모·자식, 부부, 동거친족 간에는 절도, 권리행사방해, 사기, 공갈, 횡령, 배임죄 등을 저질러도 형이 면제된다. 이는 피해액이 큰 특경가법 사기, 불법이 중한 폭처법 공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사건 피고인은 단순히 동거친족으로서 동생재산을 처분한 것이 아니라, 성년후견인으로서 법상 공적 역할을 수행하던 중 피후견인의 재산을 함부로 처분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피후견인의 재산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신의칙을 위배했고, 법원이 위임한 본지를 어겼다. 이 경우에는 사적 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결국 피고인은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항소했다. 한편 2심에서 피고인이 전액을 동생에게 변제하더라도 이미 성립된 횡령죄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형이 낮아지는 사유는 될 수 있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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