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미투와 힘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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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2   |  발행일 2018-11-02 제10면   |  수정 2018-11-02
[변호인 리포트] 미투와 힘투

최근 미투(Me Too)운동에 반대되는 힘투(Him Too)운동이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상륙했다.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는 힘투운동을 위해 지난달 27일 시위를 열었다. 성폭력범죄 사건 처리가 사실상 유죄 추정으로 운영되는 점을 규탄하기 위한 시위였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된다’는 것은 상당수 성범죄 유죄 판결의 이유였고, 객관적 증거없이 처벌하는 것은 현대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엄격한 증명법칙에 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은 객관식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주관식 논증과 유사하고, 사회구조상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한 위치에 선 경우가 많아 조기 신고를 기대하거나 객관적 증거를 수집할 것을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한 점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남성 피의자가 여성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해도 앞서 달려간 성범죄 수사 및 재판을 멈춰 세울 수 없다. 최근 대검찰청은 여성 피해자의 진술권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무고죄 수사를 성범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무고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성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피의자의 권리, 피고인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가. 바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예정하고 있는 형사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방법이다. 다만 변호의 각도가 중요하다. 변호인은 분명한 객관적 증거가 없는 한 무고죄 고소를 자제하고, 진행되는 성범죄 수사와 재판에 몰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변호 과정에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길이 발견되기도 하고, 그 길이 입증되기도 한다. 증거를 보고 떠오른 피고인의 새로운 기억도 중요하다.

형사변호의 요체는 주장 정리, 증거 수집, 증거 간 연관성 입증, 피해진술 탄핵, 법원의 힘을 빌린 외부 증거 확보다. 다만 위 예시들은 형사변호사의 실력에 따라 입증 방법, 입증 순서, 입증 강도, 입증 체계성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또 변호인의 주장 방식과 재판부의 수용 방식이 비슷한 채널 또는 주파수여야 한다. 수사절차의 특성, 수사증거의 분석, 재판절차의 속성과 모순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만 변호의 관점을 판결서에 투영시킬 수 있다.

현재 검찰의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경찰의 여성청소년계는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무조건 기소하는 관행이 자리잡은 상태다. 그럴수록 거리의 힘투운동이 법정 내 진실다툼으로 속히 들어와야 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일수록 병원에 빨리 도착해야 사는 것과 같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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