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당뇨망막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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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5 07:56  |  수정 2018-12-25 07:56  |  발행일 2018-12-25 제16면
당뇨병으로 시력 잃을 수도…정기적 안과검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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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당뇨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섭다’라는 말처럼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를 실명의 공포에 몰아넣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오랜 기간 지속된 고혈당에 의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생기는 당뇨망막병증은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성인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황반변성, 녹내장과 달리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대에 실명을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된다. 당뇨병을 앓은 지 30년 이상이 되면 90% 이상에서 발생하고 15년 전후에는 70~8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당 조절이 안되면 더 잘 발생하게 된다. 초기에는 망막병증이 있어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 안과 검사가 특히 중요하다.


당뇨병 앓은지 30년 이상이면 발병률 90% 넘어
15년 전후에 혈당조절 안되면 쉽게 발생하기도
심한 혈관 비관류·신생혈관 변화땐 의심해봐야
발병 초기부터 혈당 관리해야 예방·진행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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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병원 사공민 안과 교수

당뇨병은 미세혈관계에 병변을 일으키는 대사성 질환으로 눈을 포함한 전신 조직에 광범위한 장애를 일으킨다. 이 중 당뇨망막병증은 당뇨신경병증, 당뇨신증과 함께 3대 미세혈관합병증 중 하나다. 이러한 미세혈관 변화는 혈관주위세포 소실, 혈관내피세포 손상, 기저막 비후로부터 시작해 미세혈관류 형성, 모세혈관 폐쇄, 혈관 확장성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이로 인한 조직의 저산소증은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를 비롯해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을 증가시켜 혈관 누출을 유발하거나 신생혈관을 초래해 출혈이 합병되는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당뇨망막병증은 수도관에 해당하는 눈 속 혈관이 녹슬고 터져 망가지게 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크게 비증식 당뇨망막병증과 증식 당뇨망막병증으로 분류된다.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은 망막의 작은 혈관들이 약해져 혈청이 잘 새거나 혈관이 막혀 영양 공급이 중단되는 상태로 서서히 발생되고 시력감퇴도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비교적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증식 당뇨망막병증은 이와 같이 혈액순환이 나쁜 곳에서 신생혈관이 생기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신생 혈관으로부터 발생되는 출혈에 의해 5년 이내에 실명하게 되는 무서운 합병증으로 당뇨망막병증의 후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초기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은 비문증이나 시야흐림 외엔 심각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혈관 투과성의 증가로 황반부 망막이 붓게 되는 황반부종이 합병되면 초기 단계라고 하더라도 심각한 중심시력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반대로 당뇨망막병증이 많이 진행됐다 하더라도 황반부에 장애가 없다면 좋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어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시력은 당뇨망막병증의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로 삼을 수 없다. 따라서 당뇨병을 진단 받았다면 증상 유무에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검진 및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당뇨망막병증은 안저검사가 가장 중요하며 모든 환자에서 산동 검사가 원칙이다. 세극등현미경 안저검사를 통해 후극부 이상, 즉 유두신생혈관이나 황반부종 등을 확인하고 도상검안경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출혈이나 삼출물의 정도, 주변부 이상 유무를 확인하게 된다. 안저검사를 시행한 뒤 필요한 경우 형광안저혈관촬영을 하는데 당뇨망막병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혈관의 누출과 폐쇄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안저검사 소견보다 훨씬 심한 혈관 비관류나 신생혈관 변화가 발견되는 기도 해 이학적 검사에서 의심스러운 경우 시행하게 된다.

빛간섭단층촬영은 황반부종 진단과 그 정도를 정량화할 수 있어 치료 전후의 효과 판단에 많은 도움을 주며, 망막과 뒤유리체막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어 황반주름, 견인 등 유무를 확인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유리체출혈이 있어 안저검사가 어려운 경우에는 뒤유리체면과 증식막 상태, 견인망막박리 동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눈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당뇨망막병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 질환의 치료가 동반되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혈당치보다 당뇨병의 유병 기간에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연구에서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하면 당뇨망막병증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초기부터 철저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청지질이상 역시 미세혈관 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어 경성삼출물이 심해지기 전에 혈청지질을 낮춤으로써 경성삼출물의 발생과 이에 따른 시력저하를 줄일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 단계와 황반부종의 발생은 혈압 상승과도 관련이 있어 철저한 혈압 조절 역시 중요하다. 또한 당뇨 환자의 흡연은 혈관내 일산화탄소 증가, 혈소판응집의 증가, 혈관 수축 등을 유발하여 증식당뇨망막병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금연은 필수적이다.

당뇨망막병증 모든 단계에서 합병되어 중심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황반부종은 유리체강내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를 통해 혈관 누출을 줄이거나 유리체강내 스테로이드 주사를 통해 혈관을 안정화시키고 염증 조절을 병행함으로써 부종을 조절하고 상당한 시력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재발이 줄어드는 안정기까지 반복적인 주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 기간 동안 인내를 갖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위험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이나 증식 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한 경우에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광응고 요법’을 시행할 수 있는데 적절한 시기에 이를 잘 치료하면 실명 확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한편 유리체 출혈이나 망막박리 등이 합병되어 시력 저하가 심하면 유리체절제술과 같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겠다.

영남대학교병원 사공민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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