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4가지 시나리오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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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3   |  발행일 2020-04-03 제23면   |  수정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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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2. 후보들은 마라토너처럼 먼 길을 돌아 이제 막 피니시 라인이 바라보이는 메인스타디움에 들어섰다. 남은 것은 홈스트레치 코스의 전력 질주. 이 마지막 레이스에서 승부 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마지막 질주'를 이렇게 빗대었다. "총선 판세, 막판 2주에 결정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수년 동안 보수정당은 한 번도 진보를 추월하지 못했다. 머리 깎고, 노숙하고, 굶으며, 거리에서 외친 것이 다 생고생이었던가. 겨우 진보의 등 뒤까지 따라붙었을 뿐이다. 역전 가능할까. 진보는 좀처럼 선두 자리를 허용치 않고 있다. D-12, '진보 백중 우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끝이 가까울수록 팽팽한 긴장감이 더해진다. 진중권이 말했다. "뭔가 큰 게 터질 것 같다." 같은 생각이다.

승리의 기준은 145~150석(300석 기준). 제1당의 요건이다. 속내는 과반 욕심으로 가득하다. 군사정권 시대를 제외하고 과반 의석이 나온 건 세 차례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목표는 147석.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23석으로도 1당이 됐다. 이번엔 어림없다. 양당체제가 강고해진 탓이다.

김종인은 "보수가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각 당이 자체 분석한 초반 판세를 보자. 지역구 253석 가운데 민주당 예상 의석은 132석, 통합당은 124~130석. 우세(민주 70곳·통합 38곳)와 경합우세(민주 62곳·통합 49곳) 지역을 근거로 각 당이 예측한 수치다. 민주당 백중 우세의 초반 판세다. 양당의 지역구 목표는 130석. '125석 안팎'이 '신승-석패'를 가르는 기준이라면, '140-110석'은 '대승-대패'의 좌표쯤 된다.

대구경북 흐름은 다르다. 총 25곳 중 '민주당 우세'는 한 곳도 없다. 1곳 정도 경합우세로 분류한다. 이마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통합당은 우세 12곳, 경합우세 7곳이라 말한다. 6곳이 빈다. 매우 보수적 분석이거나 전략적 엄살이다. 민주당이든 무소속에게든 대구경북에서 4~6곳 빼앗기면 '참패'다. 2~3곳 잃으면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것이고, 1곳 이하는 '완승'이다. 통합당 완승 전망이 우세하다.

3가지 시나리오가 떠돈다. (1)민주당 과반 (2)민주당 신승 (3)통합당 신승. 어떤 게 유력할까. 압도적 변수의 등장이나 급격한 상황변화가 없으면 과반 정당 출현 가능성은 낮다. 반면 '지역구 1당'으로 민주당을 꼽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도권·호남·충청 여(與) 승, TK·PK 야(野) 승'이란 구도의 재현이다. '민주당 5석 내 신승' 시나리오다. 민주당 스스로 '60%의 확률'이라 자평(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하는 경우다. 이 또한 녹록지 않다. 근소한 차로 거머쥔 지역구 제1당. 비례 투표가 그다음 변수다. 민주당이 지역구 1당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개표가 늦은 비례선거에서 뒤집혀 2당으로 밀리는 예기치 않은 시나리오다. 총선·대선·지방선거 패배 이후 네 번째 도전에 통합당이 신승하는 (3)의 경우다. 민주당도 '열린민주당 노이즈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 실토한다. 열린당은 민주당의 계륵일까? 겉만 다를 뿐이다. 진영별로 표를 합치면 다시 원점이다. 민주당이 설사 2당이 되더라도 '범진보 과반' 전망은 여전히 유력하다. 과반 진영의 최대 주주. (4)의 시나리오다.

총선 이후가 걱정이다. 어떤 시나리오든 21대 국회는 최악의 정쟁국회가 될 것이다. 전례 없는 강력한 양당 체제가 들어설 게 뻔하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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