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딱합니다. 배현진, 조수진 의원님께’...김부겸, 통합당 초선 공격에 훈계성 반박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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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4   |  발행일 2020-08-05 제9면   |  수정 2020-08-04
부인 이유미 씨는 과거정권 수난 가족사 공개하며 ‘내조’
김부겸.jpg
김부겸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 중인 김부겸 전 의원이 자신을 공격한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들에게 훈계성 반박글을 올렸다. 부인 이유미 씨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반정부 활동으로 수난받았던 가족사를 공개하며 내조에 나섰다.

김 전 의원은 3일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 딱합니다. 배현진, 조수진 의원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두 분께 조언 드린다. 초선일 때 절대 공격수 노릇을 함부로 맡지 마시오. 비례 의원에게 저격수 역할을 흔히 맡기는데, 거기에 넘어가지 마시오"라면서 "섣불리 공격수, 저격수 노릇 하다 멍드는 건 자신이고, 부끄러움은 지역구민의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자신이 통합당을 향해 "누가 누구더러 독재라고 눈을 부라립니까"라고 내지른 데 대해 배 의원이 "눈을 부라린다니. 장관까지 지내신 분이 어찌 격 떨어지는 말씀을 함부로 뱉으셨을까요", 조 의원이 "김 전 의원이 어설픈 문파 흉내를 내는 것은.."이라며 비난한 것으로 두고 한 말이다.

김 전 의원은 ‘독재를 독재라고 말도 못하게 한다’라고 공격한 조 의원을 향해 "독재의 성립 여부를, 듣기 좋게 제가 ‘기본권 제한’ 여부라고 표현했다"면서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반대파를 가두고, 패고, 고문하고, 조서를 조작하는 등 인권 말살의 범죄행위를 의미한다. 그게 독재이다"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김 전 의원의 부인 이유미 씨는 같은 페이스북에 과거 정권에서 고문과 옥살이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김 전 의원이 언급한 ‘독재’의 정의를 뒷받침했다. 이 씨는 "큰오빠인 이영훈 교수로 인해 김 전 의원에 대해 안 좋은 말이 떠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하소연을 드릴까 한다"면서 "오직 남편이 하는 정치가 올바르다고 믿고 뒷바라지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 친정 오빠로 인해 곤혹스런 처지를 당하니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씨의 큰 오빠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위안부의 성 노예화는 없었다는 취지가 담긴 ‘반일종족주의’ 공동 저자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때문에 김 전 의원도 당내 일부 세력으로부터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큰오빠가 대학 때 학생운동으로 제적이 되고 도망 다니던 시절, 형사들이 우리 집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셋째 오빠는 학생운동으로 투옥되어 재판을 받고 3년여간 옥살이를 했다. 남동생은 대학 졸업 후 미 문화원 폭파 사건으로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2년여 옥살이했다"면서 "그렇게 저는 민주화 운동을 하던 집안에서 성장했다"면서 가족사를 소개했다.

이 씨는 "저 역시 80년, 86년, 92년, 세 차례에 걸쳐 경찰과 안기부에 끌려 갔다"면서 "80년에는 연애할 당시이다. 광주항쟁이 나자 서울대 복학생이던 남편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한은 대구지점에 다니던 저를, 애인이라며 경찰청 대공분실에서 나와 잡아갔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군복으로 갈아입히고 수건으로 눈을 가렸다. 두 명이 밤새 취조 했다. 한 명은 달래고, 한 명은 때렸다"면서 "그 중 한 명은 훗날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당시 고문에 가담했던 경찰관이다. 남편의 소재를 캐물었지만, 실제로 어디 있는지 저도 몰랐다"면서 고문 당한 경험을 밝혔다.

이 씨는 "결혼을 한 후 86년 남편이 복학해 서울대 앞에서 백두서점을 운영할 때였다. 관악경찰서에서 나와 수시로 책을 압수해갔고, 둘째를 가져 만삭인 저는 두 차례 연행됐다. 좌경용공 서적을 소지, 판매했다는 죄였다"면서 "당시 근처에서 광장서적을 하던 남편의 선배인 이해찬 대표님도 함께 연행됐는데, 대표님이 거세게 항의해주신 덕분에 며칠 만에 풀려나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 씨는 "이렇게 험난한 시절을 지나왔다. 옛날의 고통스런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고 있자니 눈물이 흐른다"면서 "부디 정치인 김부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여러분이 널리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글을 마쳤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아직도 연좌제가 남아 있나? 아마도 다른 후보 측 지지자들이 이 문제로 김 후보에게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모양"이라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사람은 개인으로서 오직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면서 김 전 의원을 두둔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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