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인식, 너무 안이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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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30   |  발행일 2020-09-30 제27면   |  수정 2020-09-30

북한군이 우리 민간인을 사살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첫 공식 메시지를 냈다. 28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매우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유감 표시다. 하지만 상당 부분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사과 통지문에 대한 평가에 할애했다. '각별한 의미' '매우 이례적인 일'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반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 국민을 적진의 바다 한가운데 방치한 채 '종전선언'을 말했던 유엔총회 연설 당시의 인식과 다를 바 없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시켰다. 상황이 달라졌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는 듯하다. 문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앞서 공개된 자료를 종합해 보면 문 대통령은 공무원 생존 보고를 받고 구출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또 북한과 편지까지 주고받고 있었으면서 그 채널로 구출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사건 규명은커녕 희생자 이씨의 시신 수습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 운운한 것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행동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9일 "'연유(燃油)를 몸에 바르고 태우라'는 구체적인 내용의 북한군 통신이 우리 군에 입수됐지만 북한이 부인한다. 북한 얘기가 다르고, 국방부·국가정보원 보고도 차이가 있으니 북한의 '사과문'이란 걸 정부가 제대로 받은 건지, 불러주는 걸 받아서 고친 건지도 모를 상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타당한 지적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국가 운영의 최종 목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남북관계도 예외일 수 없다. 이번 반인륜적인 민간인 살인은 절대 북한의 일방적인 해명과 사과로 끝내선 안 된다는 점을 전제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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