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은경(대구시 달서구)...장기기증은 이타적 삶의 결정체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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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9   |  발행일 2020-12-30 제25면   |  수정 2020-12-29
김은경
김은경대구시 달서구

최근 부산의 한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 중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졌던 30대가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장 고귀한 생명 사랑 실천 소식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침통과 우울에 빠진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 여러 형태의 이웃 사랑 중 장기기증이야말로 한 인간이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이자, 이타적 삶의 결정체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장기기증과 조직기증 건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반면, 기증 등록을 희망했다가 취소하는 건수가 증가하고 불법 장기매매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의하면 장기 이식 대기자들의 평균 대기 기간이 지난 2016년 4년 3개월, 2018년 4년 11개월로 꾸준히 증가해 현재 기준으로 평균 5년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에 장기 기증을 신청했다가 취소한 사례는 지난 2015년 1181건에서 작년에 5124건으로 4년 동안 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뇌사자 장기 기증자 수는 2015년 501명, 2017년 515명, 2019년 450명으로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령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장기 기증자 수는 인구 100만 명당 8.7명으로 스페인 48.9명, 미국 36.9명, 영국 24.9명 등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금전 기부나 노력 봉사를 하는 것은 비교적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지만 장기기증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관련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국민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범국민적 차원에서 홍보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복잡한 기증절차도 간소화하고, 기증자의 유족에 대한 수혜 범위를 대폭 넓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불법 장기매매는 사기나 성범죄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범법자에게는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도 기증을 통해 세상에 남긴 소중한 씨앗이 새로운 생명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다. 


오랜 세월 우리 삶과 의식 속에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보존하는 일이 부모에 대한 효의 출발점이라는 의식 구조가 기증을 가로막는 주원인이라 생각된다. 뿌리 깊이 박혀 국민 전체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의식 구조는 단시일에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기기증의 숭고한 정신을 알려 지금까지의 국민 의식과 인식 개선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기증자님의 헌신으로 두 번째 새로운 삶을 선물 받게 됐다. 항상 나의 영웅으로 생각하겠다. 유가족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장기기증인의 가족에게 심장 이식을 받은 사람의 편지 내용이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됐다. 여태껏 오로지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해 왔던 내 자신의 삶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장기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환자와 가족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값진 소식이 하루속히 전해지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기증이 명예가 되고, 사회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장기기증은 가장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인류에 대한 사랑이다.
김은경<대구시 달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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