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문제는 격차 해소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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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9   |  발행일 2022-01-19 제27면   |  수정 2022-01-1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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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희 동부지역본부장

혼돈의 대선판이다. 판세가 2강 1중 구도를 형성, 온갖 경우의 수가 등장한다. 여야 모두 중도층으로 대변되는 MZ세대(1981~2010년생)와 수도권의 표심 공략에 사활을 걸면서 비수도권, 지방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이번 대선은 중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인구가 수도권(2020년 50.2%)에 역전당한 이후 치러지는 첫 대선인 탓이다. 수도권의 목소리에 무게가 더 실릴지, 아니면 획기적인 균형 발전 어젠다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조짐은 심상찮다. 주요 후보들의 성향이나 공약을 보면 여전히 '지방'은 부차적 이슈다. 후보들이 최악의 '비호감 대선'을 의식한 탓인지 거대 담론보다는 각론 중심의 단발성 공약에 치중한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가 '소확행 공약'으로 치고 나가자,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석열씨의 심쿵약속'으로 가세한다.

특히 이 후보는 수읽기에 능하다. 균형 발전 공약도 빼먹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균형 발전 정책을 이어가고자 한다. 여기다 '5극3특(5개 초광역시티와 3개 특별자치구역) 방안'도 내놓았다. 기존 정책을 답습하거나 살짝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기업인을 만난 자리에선 "규제가 경쟁, 효율을 제한한다면 해결해야 한다"라며, 수도권 규제 완화에 무게를 둔 시각을 드러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현란한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으로 인해 신뢰성,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윤 후보의 경우 아직까진 공정혁신경제 구호 이외에는 국정의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내놓은 지방에 행정 권한과 예산을 파격적으로 위임하겠다는 공약은 선거용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지지율이 상승하는 안철수 후보 역시 모호한 정체성만큼 균형 발전에 대한 시각이 드러나지 않는다.

후보들이 지금까지 지방을 순회하면서 내건 맞춤형 SOC 사업 또한 효과가 뻔한 재탕용 공약이다. 수도권에 가면 신도시 개발, 기업 규제 완화를 외친다. 비수도권에선 균형 발전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피부에 와닿는 비전은 없고 얄팍한 셈법에 따른 표 구걸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지금 한국은 극심한 양극화로 좌초될 위기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 간 격차 해소만큼 승자독식 형태의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도 시급하다. 수도권 과밀 분산은 우리 사회의 여러 난제를 해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다. 수도권에 인구가 초집중되면서 치솟는 아파트값, 극심한 경쟁 탓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균형 발전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가 있는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형 혜성이 6개월 뒤 지구를 멸망시킨다'라는 경고에도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하늘을 보지 말라'는 쇼를 펼치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지만 때는 늦었다는 내용이다.

우리 사회 역시 '지방 소멸 재앙'이라는 실존적인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정치권이 그동안 답습해 온 보여주기식 정책으로는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비수도권이 무너지면 국가 생존도 위협받는다는 엄혹한 현실을 바탕으로 한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없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성이 필요하다.

한 달 보름여 남은 대선 캠페인에서 후보들은 우리의 미래, 특히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해소를 위해 어떤 어젠다와 비전을 내놓을까. 비수도권 유권자들 역시 포퓰리즘 공세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쉽사리 표를 주지는 않는다.
윤철희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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