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가도 즐거운 의성 조문국박물관 여행 .2] 박물관은 살아있다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 |
  • 입력 2023-05-05 08:49  |  수정 2023-05-05 08:52  |  발행일 2023-05-05 제16면
유물발굴 체험·물놀이·영화관람까지…온가족 "하루 해가 짧아요"

2023050401000166400006041
의성조문국박물관 상상놀이터 '고대의 성'에서 어린 아이들이 모래 속에 숨겨진 고고유물 찾기 체험을 하고 있다. 상상놀이터에는 공룡화석을 찾거나 탁본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은 물론 에어포켓과 정글짐을 갖춘 실내 놀이터와 쉼터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이 고유의 역할에만 충실하던 시대는 지났다. 현재의 박물관은 수집·전시·연구·보존·교육의 기능을 넘어 사람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복합 문화·체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박물관도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의성조문국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이 땅에 살았던 선조와 지금의 우리를 이어주는 공간이면서 때론 휴식과 안정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또 다양한 부대시설과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 넘치는 공간으로 방문객에게 더욱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박물관

2023050401000166400006045

한적한 지방 도로를 내달리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정겨워서다. 입하(立夏)의 문턱에 선 계절은 더없이 푸르다. 봄꽃의 향연이 끝나고 산록이 더욱 짙어지는 시기다. 도로를 따라 하얗게 핀 이팝나무꽃은 여름의 시작을 소리 없이 알린다. 늦봄의 정취에 한껏 취했다가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른다. 의성군 금성면에 위치한 의성조문국박물관이다. 넓은 주차장은 이미 만차다. 몇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주차할 자리를 찾았다.

의성조문국박물관은 주말·휴일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붐빈다. 아이들이 보고, 듣고, 만지면서 체험할 거리가 넘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온 한 젊은 부부를 따라 민속유물전시관 1층 가족문화체험실로 향한다. 가족문화체험실 데스크 널찍한 책상 위에 접수부가 놓여있다. 아이 이름과 주소지 등을 적는 접수부를 살펴보니 대구, 구미, 안동, 서울, 세종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박물관을 찾고 있었다.

가족문화체험실의 인기가 높아지자 박물관은 지난 3월부터 '이달의 가족문화체험실' 프로그램을 신설, 운영 중이다. 3~12월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열쇠걸이, 종이탈, 모형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단, 접수는 선착순으로 현장에서만 가능하다.

체험실 내부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하다. 실내에 놓인 6개의 책상은 방문객으로 꽉 찼다. 자리가 없어 아쉽게 발길을 돌리는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곧 박물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의성조문국박물관과 의성금성면고분군 설명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통합신공항으로 변화할 의성군의 미래'라는 주제의 짧은 동영상이 나왔다.


수집·전시·연구·보존·교육 기능 넘어
다양한 재미의 복합문화·체험 場 변신
작년 9만4737명 다녀가…84%가 외지인
21일 문화재그리기·만들기대회도 열려



"대구공항이 의성과 군위로 오는 거 알지요?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비행기를 만들기로 했어요." 박물관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비행기 조립 모형을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아이들은 나무로 된 비행기 모형 조각을 열심히 조립하기 시작했다. 부모들도 설명서를 보며 아이들의 비행기 모형 조립을 거든다. "엄마,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5번(부품)이잖아" "이게 앞으로 가야 해" "이렇게 끼우는 거 맞아?". 아이와 부모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비행기 모형 조립에 몰두했다.

이달의 가족문화체험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강승유(38·대구)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성조문국박물관을 알게 됐고, 오늘 처음으로 세 가족이 함께 박물관에 왔다"며 "오는 길이 너무 한적해서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의성상상놀이터 등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문화체험실은 공룡, 문화재, 종이탈 등 역사·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박물관이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문을 연다. 예약이나 별도의 신청 없이 조립하고 싶은 모형 재료를 구입해 만들면 된다. 20명 이상 단체는 예약이 가능하다. 매년 겨울방학(1월)과 여름방학(8월)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만들기 교실'도 운영한다. 의성군 통합예약 서비스를 통해 신청하면 되는데, 2주 동안 다양한 만들기 체험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2023050401000166400006042
상상놀이터 앞쪽에 위치한 물놀이장.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 올해는 7월 초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3050401000166400006043
상상놀이터 1층 '모험의 성'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
2023050401000166400006044
상상놀이터 2층 '쉼의 성'에서 아이들이 동화를 듣고 있다.

◆실내 놀이터부터 물놀이장까지

의성조문국박물관은 가족문화체험실 외에도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상상놀이터와 물놀이장이다.

상상놀이터는 휴관일인 월요일만 빼고 매일 운영된다. 1층에는 '고대의 성'과 '모험의 성', 2층에는 '쉼의 성'과 '자연의 성'이 있다.

고대의 성에선 숨겨진 고고유물 찾기와 발굴 유물을 보존하는 방법 등을 체험할 수 있어 화석 등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에어포켓과 정글짐을 갖춘 모험의 성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2층에 올라 쉼의 성에서 독서를 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모험의 성은 어린이 안전을 위해 회차별 이용 인원을 25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간 50분 운영, 10분 점검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상놀이터 앞쪽에 위치한 물놀이장은 매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곳이다. 주말·휴일이면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올해는 운영 기간을 7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로 확대할 방침이다.

박물관 물놀이장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20명 이상의 운영인력을 배치하고 의성소방서에 의뢰해 안전과 관련된 교육도 진행한다. 매주 수질검사와 소독, 청소는 기본적으로 이뤄진다.

물놀이는 물론 영화도 박물관에서 즐길 수 있다. 박물관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 1층 강당에서 무료 영화를 상영한다. 상영 일정은 매달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에는 △맛있는 녀석들(6~7일) △고 피쉬!(13~14일) △마이 리틀 포니(20일) △부니베어(27~28일) 등 애니메이션이 차례로 상영된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란 프로그램도 박물관의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 행사는 5월21일~9월17일에 7차례 계획돼 있다. 행사 기간 매월 셋째 주 일요일과 물놀이장 성수기인 7~8월 두 차례 특별 공연이 진행된다. 마술쇼, 서커스, 버블쇼, 인형극 등 다양한 공연과 함께 비눗방울 놀이와 민속놀이, 물풍선 던지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행사가 주를 이룬다. 행사 일마다 박물관 1층 로비에는 무인 셀프 포토부스도 마련된다.

오는 21일에는 어린이 문화재 그리기 및 만들기 대회도 함께 열린다. 유치부와 초등부로 나뉘며, 부문별 입상작은 시상과 함께 박물관에 전시된다. 참가는 의성군 통합예약 서비스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다채로운 행사 중 교육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문국박물관 대학'이다. 조문국박물관 대학을 통해 매년 다양한 주제로 의성의 역사와 문화, 인물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올해는 '의성 지역 고분 출토 유물의 이해'란 주제로 대학이 운영될 계획이다.

이외에도 박물관은 매년 경북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의성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실내강의·현장탐방·만들기 등 다양한 과정이 있으며, 박물관이나 해당 학교에서 강의가 진행된다.

지난해 박물관을 찾은 방문객 수는 9만4천737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의성금성면고분군에도 8만7천38명이 다녀갔다. 상상놀이터와 물놀이장도 지난해 각각 2만8천959명, 1만1천309명이 이용했다. 특히 방문객 중 84%는 의성이 아닌 지역에서 박물관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어린이와 청소년 비율이 51%로 매우 높았다.

이일로 의성조문국박물관장은 "관람객을 위해 전시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 각종 프로그램 확대와 유물 관리 및 전시공간 다양화, 쾌적한 관람과 놀이 환경 조성 등 모두가 함께 누리고 체험하는 역사·문화박물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지원 : 의성조문국박물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