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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동안 EV9 판매 현황. <카이즈유데이터 제공> |
사전계약 돌풍을 일으킨 기아 'EV9'의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V9은 국내 최초의 3열 전기 SUV다. 99.8㎾h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고 1회 충전으로 최대 501㎞를 주행한다.
18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19일 출시 이후 3개월 동안 EV9의 신차등록대수는 2천898대에 그쳤다. 8영업일 만에 1만367대의 사전계약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사전계약자의 70% 이상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같은 기간 테슬라 모델 X의 누적 판매대수(1천22대)보다는 3배 가까이 판매량이 많다.
EV9은 출시 직후 665대가 팔렸다. 7월에는 1천682대로 급증했다가, 8월에는 551대로 줄었다. 8월이 휴가철인 점을 고려해도 사전계약자 수를 감안하면 판매량이 출시 석 달 만에 주춤한 모양새다.
다만 국산 전기차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이 팔렸다. 1위는 아이오닉5로 3개월 동안 4천20대가 팔렸다. 2위는 EV6(3천838대)였다.
업계에선 EV9의 판매 부진을 비싼 가격 탓으로 본다. EV9의 판매가는 7천700만원에서 8천710만원(GT-라인 9천70만원)까지다. 국산 전기차 중 가장 비싼 가격이다. 때문에 법인 및 사업자 소유 비중이 49.3%에 이른다. 비싼 차량일수록 세금과 유지 비용의 부담이 큰 탓에 법인 소유가 많다.
경쟁사들은 최근 차량 가격을 크게 낮췄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얹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를 이전보다 2천만원 이상 내린 5천699만원에 출시했다. 폴스타도 이달 전기 세단 폴스타2를 최대 1천188만원 할인했다. 5천490만원이던 롱레인지 싱글모터는 4천666만원으로 15% 낮췄다.
출시 두 달 만에 겪은 리콜도 EV9의 고전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EV9은 후륜 구동모터 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 설계 오류로 비정상적 통신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고전압배터리 전자스위치가 차단되는 결함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구동모터로의 전원 공급이 중단되며 주행 중 멈추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기아는 지난달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구동모터 소프트웨어를 수정했다.
EV9의 개인 소유자는 40대가 41.8%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24.5%)였다. 성별로는 남성이 81.9%, 여성은 18.1%였다.
가장 많이 팔린 등급은 어스 4WD로 46.9%를 차지했다. 7인승(34.9%)보다는 6인승(65.1%)의 인기가 더 높았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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