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다시 시작하는 포스코 임금협상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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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29 06:58  |  수정 2024-05-29 07:00  |  발행일 2024-05-29 제26면
글로벌 철강경기 둔화로
포스코 임단협 험로 예고
지역 중기 연봉 2.5배에도
가족 의료비 연 1억 요구
"귀족 노조" 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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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글로벌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철강업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건설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철강 수요 정체가 지속한 탓이다. 특히,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현지 철강재 재고는 사상 최대로 쌓이고 있다. 중국 철강사들이 '밀어내기 수출'로 전 세계에 쏟아내면서 세계 철강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또 엔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철강사도 한국 시장에 싼값에 철강재를 팔고 있다.

철강과 인프라 부문의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포스코홀딩스는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6.9% 감소, 영업이익은 17.3% 줄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조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하겠다며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포스코그룹은 시황 악화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낸 데다가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24차례의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해 사 측을 압박했다. 노사는 그해 10월 말, 직원 사기진작과 회사 경쟁력 유지라는 공통 목표 인식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임금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바 있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현재 글로벌 시황 부진으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포스코가 오는 6월부터 노조와 임금 협상을 벌인다. 포스코 내 대표교섭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노조)은 근로자와 가족 연간 1억원 한도 의료비 지원, 기본금 8.3%(평균 25만4천810원) 인상, 자사주 800만원 상당, 휴가비 50만원 등의 요구안을 사 측에 건넬 예정이다. 1인당 연봉 1억800만원(2022년 공시 기준)에 이르는 포스코노조의 올해 임금 인상안 수준이다.

이에 지역 중소기업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노조가 대·중소기업 간 원·하도급 격차 해소 등의 노동조합의 근본적인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통계에 따르면 근로자 월 평균소득은 대기업 591만원, 중소기업 286만원이다.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이 대기업의 절반도 안 된다. 포스코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전국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봉(4천128만원)의 2.5배에 달한다.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간신히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포스코의 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는 포항철강공단 내 기업을 비롯한 소규모 업체로 퍼졌다. 포스코 연봉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임금 격차 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야만 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역 기업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1억원은 샐러리맨들에게 '꿈의 연봉'이다. 1억원은커녕 절반도 안 되는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들은 지난해 포스코 임금 협상을 지켜보면서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국민기업 포스코의 노조가 '귀족노조' 프레임에 갇힌다면, 포항시민의 비난을 넘어 더 큰 국민적 비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올해는 부디 포스코 노사의 임금협상이 원만히 잘 해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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