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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대구 서구 평리동 일원에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달서천사업소 직원들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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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대구 서구 평리동 일원에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달서천사업소 직원들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
지난 11일 오전 10시쯤 대구 서구 평리동 한 골목.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달서천사업소 직원들이 연탄 배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봉사 참여자는 총 9명. 이들만으론 좁고 오르막 일색인 평리동 일대에 연탄을 다 배달하긴 역부족이었다. 예전엔 흔한 풍경이었던 '연탄 배달 인간 띠'도 줄어든 봉사 인원에 자취를 감췄다. 봉사자들은 일일이 연탄 1~2개씩을 들고 연탄 창고와 배달 가정을 오갔다. 올해 평리동에 배정된 연탄은 2천400장 정도. 이들이 이날 배송한 300장을 제외한 나머지 연탄은 결국 추가 배송비를 들여 각 가정에 전달됐다.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연탄 후원은 물론, 봉사자까지 줄면서 이들에게 올 겨울은 더욱 춥게만 느껴진다.
15일 <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이하 사랑의연탄)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및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후원받은 연탄은 16만8천180장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5만9천904장)보다 9만장 넘게 줄었다.
올해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필요한 가구 수는 오히려 늘었다. 사랑의연탄 측은 올해 지역 연탄 사용 가구를 2천가구로 추산했다. 작년(1천141가구)의 두 배에 가깝다. 보일러로 넘어갔던 취약계층 가구들이 높은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다시 연탄 난방으로 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연탄 후원이 줄어든 이유로는 지속적인 불경기 탓에 '후원 큰 손'인 기업들이 여유가 없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의 후원 트렌드도 연탄보다는 김장김치 쪽으로 이동, 에너지 취약계층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봉사자가 줄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지난해 사랑의연탄을 통해 연탄 배달 봉사에 참여한 봉사는 4천명이다. 올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천 명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감소 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연탄 가격도 기초수급생활대상자 등 취약계층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큰 부담이다. 20년 전 350원 수준이던 연탄 1장당 가격은 올해 850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노왕석 사랑의연탄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많이 안 좋아져 후원자들이 줄고 있다. 취약계층이 보일러를 사용하기엔 연료비가 많이 들어 부담을 느낀다"며 "어려운 이웃들이 걱정없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장태훈 수습기자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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