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위기의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의 교차로에서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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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30  |  수정 2024-12-30 08:45  |  발행일 2024-12-30 제22면
잇단 직무정지로 정치 혼돈

금융시장 불안 갈수록 증폭

트럼프 보호무역까지 예고

외교 복원·정책 일관성 유지

민생경제 살리기 대응 절실

[하프타임] 위기의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의 교차로에서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현재 우리나라는 복합적인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저출산·고령화, 지역소멸과 균형 발전, 세대 갈등 등의 사회 문제와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등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는 일상을 잠식한 지 오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철회 및 탄핵 절차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치는 극도의 불안정 상태에 빠졌다.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을 당해 직무가 정지됐다. 헌정사상 처음이다.

정치적 혼란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대외 여건은 악화하고 내수 경기는 얼어붙었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60원을 뚫고 1,500원 선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원화 가치는 더욱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 예고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인 자동차, 2차 전지, 반도체 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26일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대미 수출과 부가가치 효과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최소 9.3%에서 최대 13.1%로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장 보편관세에서 예외로 적용되거나 차등 부과를 끌어내기 위해 외교적 대응 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계엄 이후 한국 외교는 파탄의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에서 벌어진 정치 상황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은 당혹과 우려 등 다양한 반응으로 향후 정세의 변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국내 정치 불안정으로 외교 일정은 줄줄이 취소됐다. 당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에 대비해 세계 각국이 국익을 위한 총력 외교전을 펼치는 데 한국만 손발이 묶였다.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억압하고 의회 민주주의의 본질적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하지만 국내 정치는 탄핵에만 매몰돼 민생과 경제는 뒷전이다. 탄핵 이전에도 우리 정치는 각종 사회 문제 해결은커녕 불안만 증폭시키는 폭탄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서민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여야 정치인들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특히, 혼란 속에서도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시장 신뢰를 우선으로 회복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 채널을 풀 가동해 한국의 경제적 이익 수호에 즉각 나서야 한다. 특히, 중국산 저가 밀어내기에 큰 타격을 받는 철강 산업을 비롯한 2차전지 소재산업, 반도체 등에 대한 특별 지원 정책을 마련해 지역 경제의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정치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지금, 국민 신뢰 회복과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여야 간 책임 있는 행동과 신속한 대처가 절실하다.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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