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찰스 디킨스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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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7  |  수정 2025-02-07 09:01  |  발행일 2025-02-07 제19면

[정만진의 문학 향기] 찰스 디킨스
〈소설가〉

1812년 2월7일 장차 영국을 빛내게 되는 작가 한 명이 태어났다. 그가 1870년 6월9일 타계했을 때 영국은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자들의 동정자였던 그의 죽음으로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라는 묘비를 세웠다. 대단한 찬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그는 '데이비드 코퍼필드'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두 도시 이야기' 등을 남긴 대문호이다. 지구촌이 알아주는 걸작 제목을 여섯 편이나 나열했는데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정말 과독이다.

글을 아주 드물게 발표하는 작가에게 '과작'이라는 별칭이 부여된다. 그러나 독서와 아득히 거리가 먼 독자에게 '과독' 칭호가 따라붙지는 않는다. 창작은 고통을 수반하므로 작가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과작일 수 있지만, 독서는 힘든 일이 아니므로 과독이란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4년 4월18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60%는 한 해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지식기반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국민이 과다하다는 통계이다. 책읽기를 까마득히 멀리하는 국민이 너무나 많으니 나라의 앞날은 어둡다.

파스칼이 '팡세'에 남긴 명언을 새삼 되새겨본다. "생각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 팔다리가 없는 사람을 떠올릴 수는 있어도 생각이 없는 사람을 연상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자연계에서 가장 연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이다." 인간의 특성을 거론할 때 "이성적 존재"라는 명제가 제일 앞서 언급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고도의 사고 능력을 활용해 자신과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하고 해석한다. 사고의 핵심 축이 바로 현인들이 남긴 책을 읽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읽기를 멀리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독서를 멀리하는 국민의 24.4%는 '일 때문에', 23.4%는 '스마트폰, 텔레비전, 영화, 게임 등을 이용하느라'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하지 않는 갈대는 대한민국이 낳은 신인류인가?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은 수전노이다. 돈의 노예 스크루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멸시하고 착취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죽은 뒤 사람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 깨닫게 되면서 환골탈태하여 새 사람으로 태어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래 독서 풍토가 살아나고 있다. 아주 고무적인 새로운 기운이다. 이 기(氣)가 불변의 이(理)로 정착되기를 간구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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