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윤의 삶과 교통] 시내버스 이야기

  • 류병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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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2  |  수정 2025-02-12 07:12  |  발행일 2025-02-12 제26면

[류병윤의 삶과 교통] 시내버스 이야기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대구경북본부장

70년대 중후반 비 오는 날이면 고교 등교를 위해 비산동에서 내당동을 거쳐 대봉동과 수성교로 가는 109번 버스를 탔다. 당시에는 시내버스에 차비를 받고 거스름돈을 내어주는 승무원인 여성 차장이 타고 있었다. 승객이 다 타면 '오라이'라는 신호를 버스기사에게 주었고, 승객이 넘쳐나 제대로 차문을 닫을 수 없을 때는 온몸으로 사람들을 차 속으로 밀어 넣는 억센 역할도 도맡아 했다. 당시에 3번, 5번 버스번호나 두 자리 숫자의 번호가 주로 있을 때 세 자리 숫자인 109번 시내버스는 특이해 잊히지 않는 번호였다.

승객들로 넘쳐나 한때 호황이던 시내버스는 어느 날 차장을 없애고, 기사에게 운전과 함께 차비 혹은 버스표, 토큰을 받는 역할을 맡겼지만 운영 적자를 이겨내지 못했다. 도로의 확장 건설과 승용차 이용의 편리함은 시내버스 회사의 부도로 이어졌고, 사회적 교통약자들은 이동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005년도에 29개 버스회사 중 26개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준공영제'였다. 대구는 2006년 2월19일 서울과 대전에 이어 세 번째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및 대중교통 무료 환승제를 시행하였다.

'민영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시내버스 운영체계에 지자체가 개입하여 시내버스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바로 준공영제다. 2015년 12월 대구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고, 2023년 7월부터는 어르신 무임승차가 시행되어 작년 한 해 동안 7만6천여 명이나 이용하였다.

조례에 근거해 대구시는 노선 및 운영체계에 대한 조정·관리권을 가지며, 표준운송원가 대비 운송수입 적자분에 대해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2011년 연간 2억9천400만명에 이르던 시내버스 승객은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에는 1억6천1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어르신 무료 승차 영향도 약간 작용했겠지만 작년에는 2억500만명이 시내버스를 이용해 승객 숫자가 얼마간 회복되었다.

오는 24일 시내버스 노선개편 실시를 기준으로 26개 버스회사, 127개 노선에 예비 차량을 제외한 1천566대의 버스가 3천963명의 운전기사의 고된 운전노동으로 대구지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여 시민의 편리한 발이 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재정지원금 1천885억원의 교통복지 구현으로 시민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줄어드는 승객으로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생각하면 대중교통에 대한 시민적 이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탄소배출과 기후변화, 온난화,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해 한번 심각하게 되돌아 볼 때가 되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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