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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세계보건기구가 난처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몇 시간 만에 미국의 이 기구 탈퇴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 기구가 코로나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고 코로나 발생국인 중국을 견책지 않아서란다. 그러나 대통령 명령만으로는 탈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2020년에도 트럼프가 탈퇴를 결정했으나 6개월 후 바이든 대통령이 들어서 그 결정을 번복했다. 탈퇴하는 데 보통 1년이 걸리며 그때까지는 분담금은 내야 한다. 미국이 이 기구에 가장 많은 분담금을 냈으며 그것이 전 예산의 15%에 달한다. 1948년에 설립된 이 기구는 천연두를 완전퇴치하고 소아마비도 거의 정복한 위업을 달성했다. 1977년 이후에는 천연두 발생보고가 없다. 천연두 완전퇴치에 필수적인 것이 국제공조인데 미국이 거기서 빠지려 한다.
미국이 탈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구촌의 면역, 질병통제, 영양프로그램 등 의료보건사업이 절뚝이게 된다. 미국도 손해다. 이 기구와 단절하면 원숭이두창, 말라리아, 홍역 같은 질병에 대해 깜깜해진다. 연구용으로 천연두바이러스를 보관하고 있는 나라가 둘 있는데 미국과 러시아다. 이 기구가 이 두 나라의 천연두 실험실을 정기검사 해 왔으나 앞으론 천연두바이러스에 관한 안전, 보안, 연구 프로그램에 틈이 생길 것이다. 이 바이러스의 저장, 실험, 감시조차 불투명해지면 그 몹쓸 바이러스가 새어나올지 모른다. 미국은 더 이상 러시아의 그것의 보관 실태를 점검할 기회를 잃게 된다. 이 두 나라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몰래 이 바이러스로 무기를 만들지 모른다. 이 여파로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도 이미 탈퇴수속을 밟고 있고 헝가리와 러시아는 저울질을 하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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