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요동치는 세상, 희망을 찾을 곳은?

  •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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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20  |  수정 2025-02-20 07:03  |  발행일 2025-02-20 제22면
급변하는 세상 속 불안감

서로 돕는 관계가 희망돼

신뢰로 이어지는 따뜻함

내면의 중심이 주는 힘

함께할 때 사회도 변한다

[더 나은 세상] 요동치는 세상, 희망을 찾을 곳은?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이번 달, 세계는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백신 반대론자였던 환경변호사이자 정치인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되어 자신이 비판해 오던 바로 그 부서를 이끌게 되었다. 극우정당의 지지세 확장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탄력을 받고 있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뺀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이 미국과 러시아 간에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5·18 민주화 운동의 현장인 광주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모든 것이 무상, 즉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불교철학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도, 사람의 신념도, 정책도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는 듯한 시기다. 외부세상이 급변하고 익숙하게 믿어왔던 것들이 흔들린다고 느낄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불안은 나를 안심시켜줄 외부의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만들고, 변화하는 외부 세상은 당연히 그것을 줄 수 없으니 불안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럴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요즘 새스커툰은 낮 최고 기온이 섭씨 영하 35℃일 정도의 매서운 추위가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학과 저녁행사 후 동료의 차로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열쇠를 집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나 이웃 지인에게 전화했더니 지난주 이사갔다거나 부재 중이니 메시지를 남기라는 멘트가 들렸다.

아파트 비상연락도 밤 9시가 넘은 시간에는 닿지를 않았다. 동료는 차에서 기다려주고, 현관 유리창 앞에서 마침 로비에 내려와 있던 사람이 보여 '나 여기 사는데 문 좀 열어줘' 제스처를 열심히 취했다. 다행히 그는 나를 신뢰했는지 문을 열어줬고 동료는 떠났다.

이 추운 날 태워주고 늦은 시각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웠다고 다시 문자를 하자 "That's what friends do(그런 걸 하는 게 친구지)"라는 답이 왔다. 1인 가족으로 '밤늦은 시각, 편하게 연락할 사람도 없구나' 서글펐던 마음이 순간 따뜻해졌다. 다음 날, 화재경보기 알람으로 로비에 모인, 처음 보는 이웃들과 수다 떨 기회가 있었다. 어제 일을 얘기했더니 한 여성이 아파트 호수를 알려주며 다음엔 자기 집 번호를 누르라고 했다. 다른 이웃도 소개해 줘서 비상시 연락할 이웃을 두 명이나 얻었다.

얼어죽을 수도 있을 추운 날씨에 나를 지켜주고 살리는 건 서로 돕고 사는 가까운 곳의 사람들, 그들과 내가 맺는 관계와 신뢰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내가 의지할 것도 다르지 않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덜 흔들리듯, 내면에서 깊이 중심 잡힌 개인은 안정을 갈구하며 온라인이나 바깥세상을 떠돌지 않고 변화에 대처할 힘을 스스로 가진다. 그렇게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신뢰와 힘을 가진 개인들이 모일 때 공동선을 위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 집단의 힘도 자연스레 생길 것이다.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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