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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현호 <주> 콰타드림랩 대표 |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환아들이 항암 치료 종결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세션이 있었다. 중학생 환아 한 명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두렵고 힘들었던 항암 치료의 순간들을 이겨내고 학교로 돌아가 다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 점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 친구는 고등학생때 항암치료를 모두 거치는 과정에서도 열심히 공부하여 바라던 대학에 합격한 후 입학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암치료라는 긴 터널을 통과하고 삶의 희망과 의지가 벅차오르는 순간들이었다.
암은 성인에게도 버겁고 힘든 대상이다. 아이들이 오롯이 혼자 힘으로 이겨내고 감당하기에는 벅차고 무서운 존재이다. 수술과 약물 치료로 대표되는 의학적 치료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심리학적 지원도 중요하다.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마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자세가 치료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필수적이다.
경북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하시은, 한지수, 허미령, 홍두원 네 명의 학생이 특별한 동화책을 발간했다. 병동에서 직접 실습하며 많은 환아들의 겁에 질린 표정과 두려워하는 목소리 그리고 슬픔이 담긴 눈물을 직접 본 저자들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공동저자들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동화책이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질문했다. 공동저자들은 환아들의 치료과정에 동반되는 케모포트라는 장치 삽입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케모포트(Chemoport)는 장기간 항암제, 수혈, 영양제 등을 주입하기 위해 중심정맥에 삽입되는 이식형 약물전달 장치이다. 설치 후 반복적인 정맥 확보가 필요 없어 치료 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환아들은 이 케모포트 삽입을 두려워하고 케모포트 이식을 위한 시술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4명의 공동 저자는 케모포트에 대한 논문 등을 찾아보며 케모포트가 왜 필요한지, 삽입되어 어떻게 사용되는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환아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파악하였다. 나아가 이 케모포트를 환아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구현하였다. 케모포트 캐릭터를 통해 환아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케모포트 장치를 친숙한 존재로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었다.
2025년 2월27일 경북대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동화책의 출간 기념회에 함께했다. '안녕 케모포트'라는 이 동화책의 발간을 함께하며 감회가 남달랐던 이유는 백혈병 환아들이 치료 과정에서 마주하는 심리적 두려움을 낮춰주기 위해 특별히 기획된 책이라는 점이었다. 환아들의 입장에서 파악한 두려움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와 캐릭터로 완화시킨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간호학과 청년들이 보여준 환아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가 오늘따라 더 따스하게 다가온다. 항암 치료를 마주하는 많은 환아들이 과정을 더 밝게 이겨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추현호 <주> 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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