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공중그네

  • 김해지 새마을문고대구서구지부평리5동동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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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07  |  수정 2025-03-07 08:51  |  발행일 2025-03-07 제18면

[책 속의 길] 공중그네
김해지〈새마을문고대구서구지부평리5동동분회 회장〉

소설 '공중그네'를 여러 번 펼쳤다가 다시 덮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손이 갔다. 그리고 단숨에 빠져들었다. 유쾌하면서도 기묘한 이야기책이다. 독특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 간호사 마유미 그리고 그들을 찾아오는 다섯 명의 강박증 환자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강박증은 현대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병이다. 치열한 경쟁과 불안 속에 살다 보면, 작은 실수 하나에도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자리 잡는다. 나 역시 이런 감정을 종종 느낀다. 일상에서 지나치게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라부의 치료 방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신과 치료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는 환자를 만나면 먼저 비타민 주사부터 놓고, 엉뚱한 질문과 돌발 행동으로 환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의 방식 속에서 환자들은 스스로 변화를 경험하고, 자가치유의 가능성을 깨닫는다.

공중그네는 심리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무겁지 않고, 오히려 엉뚱하고 코믹한 분위기로 풀어낸다. 읽다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매료되는데, 어느 순간 강박과 불안을 내려놓게 된다.

어릴 적, 배가 아플 때마다 엄마가 건네주던 '원기소' 한 알이 떠오른다. 신기하게도 그것을 삼키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픔이 사라졌다. 원기소가 정말 치료제였을까? 어쩌면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을 달래줄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그 작은 알약이 마법 같았던 것은 그 안에 담긴 엄마의 따뜻한 눈빛과 안심시키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원기소를 건네주던 엄마의 손길과 이라부의 엉뚱한 치료 방식은 결국 같은 맥락 아닐까?

사소한 실수에 움츠러들고, 타인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때, 이라부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때론 유치하고 엉뚱한 시선이 오히려 강박을 내려놓게 만든다. '공중그네'는 유쾌하게 웃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유 없는 답답함이 밀려올 때,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그의 황당한 상담실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김해지〈새마을문고대구서구지부평리5동동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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