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돼지빌딩

  • 박규완 논설위원
  • |
  • 입력 2025-03-20  |  수정 2025-03-20 07:40  |  발행일 2025-03-20 제23면
중국 후베이성에 위치한 26층짜리 돼지빌딩은 세계 최고 높이의 양돈 시설이다. 이곳에서만 최대 120만마리의 돼지 사육이 가능하다고 한다. 중국 양샹그룹은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사육-도축-가공 원스톱 시스템의 돼지빌딩을 운영한다. 중국 내 6개 지역 돼지빌딩에서 250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충남도가 양샹그룹과 협약을 맺고 돼지빌딩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양복 입고 출퇴근하는 스마트 축산"이라며 "분뇨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소식도 있다"고 밝혔다. 양샹그룹은 AI 돼지빌딩이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구제역을 차단하며 악취가 없고 노동 효율성이 10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의 시각은 다르다. 돼지빌딩 사육 방식이 동물복지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사육공간의 밀집도가 높아 전염병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돼지빌딩은 고도화된 공장식 축산으로, 동물들을 더 많은 고통과 죽음으로 내모는 '동물판 아우슈비츠'"라고 직격했다.

땅덩이가 작은 한국의 동물 사육공간 밀집도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천513개 양돈농가 가운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곳은 0.4%에 불과하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전염병 차단이 100% 완벽한지도 의문이다. 출입문 등 공유된 장소를 통해 전염병에 노출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파트형 제조공장이나 공장식 수경 식물재배와 달리 돼지빌딩은 왠지 꺼림칙하다. 박규완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