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해평습지 희귀철새 집단 도래지 계속 남느냐 못 남느냐 올해가 분기점”

  • 추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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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1-10 07:44  |  수정 2012-11-10 07:44  |  발행일 2012-11-10 제2면
낙동강사업 완공 첫해 860여마리 찾아
해평습지 상류 감천 모래톱 분산 ‘주목’
먹이주기 등 철새보호운동 적극 펼쳐야
“구미 해평습지 희귀철새 집단 도래지 계속 남느냐 못 남느냐 올해가 분기점”
구미시 해평면 해평습지가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원형이 훼손된 가운데 철새들이 구미시 선산읍 원리 감천 합류지점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원형이 완전히 훼손된 구미시 해평면 해평·문량리 앞 낙동강변 해평습지 일대가 희귀철새 집단도래지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 학계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평습지는 1998년 재두루미 39마리가 독극물이 든 먹이를 먹고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희귀철새 집단도래지임이 확인됐다. 이곳에는 매년 10~12월, 3~4월이면 서식지인 시베리아와 월동지인 일본을 왕래하는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와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등 세계적인 희귀철새 수천마리가 찾았다.

인적이 드문 외진 장소이고, 넓은 모래톱과 주변에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들판이 있는 해평습지는 희귀철새의 낙원이었으나 2008년 말 낙동강 정비사업이 시작되면서 파괴될 위기를 맞았다.

해평습지를 찾는 희귀철새를 1998년 이후 장기간 조사·연구하고 있는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65)에 따르면 낙동강 정비사업 이전에는 1년에 최대 2천마리 이상의 재두루미와 흑두루미가 해평습지에 도래했으나 공사기간 중에는 1천마리를 조금 넘었다. 낙동강 정비사업이 완공된 첫 해인 올해는 7일 현재 860마리가량이 찾은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박 교수는 예측하고 있다.

낙동강 정비사업은 희귀철새들의 도래지 변화를 불러왔다. 정비사업으로 모래톱이 사라지고 그곳에 인공섬인 하중도(河中道)가 설치됐으나 이 곳을 찾는 희귀철새들은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다. 하중도만 덜렁 설치돼 있을 뿐 주변 강물의 수심이 깊어 철새들이 먹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가을부터 해평·문량리 앞 해평습지와 이곳에서 5~6㎞가량 상류지역인 구미시 선산읍 원리 앞 감천의 모래톱 등으로 분산된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구미보 바로 하류에 형성된 감천 모래톱은 낙동강과 지류인 감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주위에 갈대숲과 너른 논밭이 있어 철새들이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역이다. 감천 모래톱을 찾은 흑두루미는 지난달 27일 처음 11마리가 관찰된 뒤 지난 1일에도 80여마리가 찾아오는 등 거의 매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박 교수는 “최근 낙동강 구미시 구간을 찾는 흑두루미는 80%가 해평습지 인근, 20%는 감천 모래톱에 도래하고 있다”면서 “낙동강 정비사업이 완공된 올해가 해평습지 일대가 희귀철새 집단도래지로 계속 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분기점이다. 먹이주기 등 철새보호운동을 적극 펼쳐 철새들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구미시에 따르면 해평습지를 찾아온 희귀철새는 2009년 2천374마리(흑두루미 2천278마리, 재두루미 96마리), 2010년 1천187마리(흑두루미 1천139마리, 재두루미 48마리), 2011년 1천74마리(흑두루미 1천74마리, 재두루미 없음)로 최근 3년 사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또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재두루미 월동지로 형성된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앞 숲과 모래톱도 수몰돼 앞으로 재두루미가 구미시 낙동강변에서 월동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글·사진=구미 추종호기자 new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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