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혹 방법 전수 인터넷 카페 아슬아슬

  • 백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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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6-10  |  수정 2013-06-10 07:51  |  발행일 2013-06-10 제3면
수백만원짜리 강의 코스까지 등장
여성 사진 올리고 ‘무용담’ 늘어놓기도
여성 유혹 방법 전수 인터넷 카페 아슬아슬

지난 5일 오후, 회원수가 9만4천여명에 이르는 한 포털사이트 카페.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글이 모인 게시판에서는 ‘F-Close(성관계를 뜻하는 은어)’라는 제목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용을 보면 처음 보는 여성에게 다가가 전화번호를 물은 뒤 어떻게 스킨십을 유도하는 지에 대한 글쓴이의 경험담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대부분의 글은 여성의 심리를 파악해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고, 포옹과 키스 등을 유도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글의 마지막은 어김없이 성관계에 성공했다는 의미를 담은 문장으로 마무리됐다. 회원들은 “정말 빠르시네요. 대단합니다” “한수 배우고 갑니다”란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최근 성개방 풍조에 맞춰 여성을 성적 노리개나 목표물로 여기는 젊은 남성의 그릇된 인식이 사이버 공간에서 미화되고 있다. 수년 전부턴 여성과 하룻밤을 보내는 이른바 ‘원나이트 스탠드’에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PUA(픽업 아티스트)’라는 신종 직업까지 생겼을 정도다.

취재진이 포털사이트에서 확인한 카페 역시 여성을 유혹해 스킨십을 유도하는 법을 알려주고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였다. 카페 소개란에는 ‘클럽, 나이트, 길거리에서 90%이상의 확률로 홈런(성관계)을 이끌어내는 프로 PUA로 구성된 강사진’ ‘국내 실정에 알맞은 가장 체계적이고 차별화된 실전 연애 솔루션’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채워져 있었다.

이런 글이 오르는 카페는 주로 여성을 유혹하는 법을 전수하는 픽업 아티스트가 운영하면서 코스별로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돈을 받고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1년 전 이 카페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최모씨(29·대구시 달성군 화원읍)는 “일주일에 한 번은 이 카페에 들러 수강후기 등을 읽는다. 여성의 속마음을 간파해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최고”라고 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여대생 살인 사건의 피의자 조명훈(25) 역시 평소 클럽 등지를 찾아다니며 여성을 노렸고, 공익요원 훈련소에선 ‘나는 여자전문가’라고 동료에게 자랑처럼 말해왔다.

이들 카페에는 ‘원나이트 스탠드’에 성공했다는 무용담과 함께 상대 여성의 신체 사진까지 공공연히 올라오고 있어 제2, 제3의 조명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지역의 성폭행 건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가해자 수 역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900건을 훌쩍 넘었다. 매일 2건 이상의 꼴로 성폭행 범죄가 대구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19∼40세의 연령이 성인 가해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여성을 성적인 제물로 간주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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