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균형발전, 의료 격차부터 줄이자

  • 입력 2013-11-07   |  발행일 2013-11-07 제3면   |  수정 2013-11-07
[기고] 균형발전, 의료 격차부터 줄이자
이수정<영남대병원 의료원장·외과전문의>

‘세종시 사업과 남부권 신공항 건설, 지방 기업의 세제 혜택.’

이들 공통점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시행 또는 논의되는 사업이다. 수도권 개발 논리로 야기된 지역격차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풀어야 하는 숙제다. 모든 지역이 같은 성장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정부는 각 고장을 특성화할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해 이를 바탕으로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2011년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선정되면서 메디시티로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를 붙잡았다. 이를 계기로 첨단의료복합단지에 기업의 입주를 준비하고, 신약·의료기기 등 첨단 제품 개발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쁜 것은 대구·경북이 지역 특성 개발 사업을 발판으로 의료 분야 발전을 꾀한다는 사실이다.

의료 산업은 경제적 이익에 앞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얼마나 편하고 신속하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목숨이 좌우될 수 있다. 특히 첨단 의료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그 수혜자가 늘고 있지만, 과연 지역만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이러한 새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얼마나 될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얼마 전 영남대병원은 신의료기기 중 하나인 다빈치 로봇수술기를 도입, 첫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현재 다빈치 로봇수술기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 39대가 설치돼 있지만, 이 중 26대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로봇수술은 1㎝ 미만의 구멍 여러 개를 뚫어 사람의 손목 움직임을 그대로 전달하는 인공 손목 관절을 넣어 한다. 장점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면서도 복잡한 신체의 내부에서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로봇수술은 숙련된 의사만이 첨단기술을 적용해 집도할 수 있으며, 이는 오롯이 환자 만족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병원별 특화된 의료기술을 내세워 의료의 질 향상 및 국내외 의료비 소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의료관광 및 의료기관 해외 진출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때 지역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지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메디시티 대구’의 이미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바(BABA)라고 불리는 갑상선 암 로봇수술은 양측 겨드랑이와 유두 주위에 불과 8㎜ 정도의 작은 절개를 통해 수술을 하는 것으로, 치료 효과뿐 아니라 미용효과도 매우 크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는 갑상선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이 영남대병원을 포함해 3곳이지만, 만약 이 환자가 로봇수술기가 도입되지 않은 지역에 거주했다면 수도권으로 원정 수술을 받으러 갔을 것은 자명하다.

지역발전의 원동력은 지역민들의 건강한 삶이다. 수도권과 지방에 관계없이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의료진은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들은 양질의 의료서비를 누릴 때 비로소 균형 잡힌 지역 발전의 근간을 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균형 발전은 의료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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