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대구 분양과열 뒤에 ‘떴다방’ 있었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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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1   |  발행일 2015-04-21 제1면   |  수정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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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불법중개업소인 속칭 ‘떴다방’이 대구지역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서 분양된 모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떴다방’으로 보이는 업자들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시민을 대상으로 분양권 전매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작년 전매건, 총 가구수 근접
역외 불법중개업자 시장교란
자신들끼리 분양권 사고팔며
매매없이 프리미엄 높이기도
실수요자들에 ‘폭탄’ 떠안겨

대구 청약가점 최저점 상향
통장 사들인 투기꾼 당첨도↑
市 안일한 행정에 비판 일어

최근 몇 년 동안 대구지역 아파트 과열분양 열기에 이동식 불법 중개업소인 속칭 ‘떴다방’과 이들의 분양권 전매가 한 몫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업자들의 ‘폭탄돌리기’ 피해를 고스란히 지역민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 지자체의 안일한 대처도 비판을 받아 마땅하게 됐다.

20일 대구 북부경찰서가 구속한 ‘떴다방’ 업자 김모씨(52) 등은 전국의 126명이 양도한 고점수대의 청약통장과 인감·신분증으로 대구·부산 등에 위장전입한 뒤 260건의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해 거액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지난해 분양권 거래율은 42%로 세종(90%)·광주(43%)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지난해 대구에서 신규분양한 주요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매 건수가 전체 분양가구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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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분양한 침산동 ‘침산화성파크드림’ 전매건수가 897건으로 전체 분양가구(1천202가구)의 74.6%에 달했으며, 같은 해 4월 분양한 칠성동2가 ‘오페라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의 전매건수도 491건으로 분양가구(578가구)의 84.9%에 이르렀다. 이밖에 같은 해 11월 분양한 태전동 ‘태전역 더뉴클래스’도 78건으로 분양가구(118가구)의 66%를 차지했다.

이처럼 분양권 전매가 일반적인 수준을 크게 뛰어넘은 것은 ‘떴다방’의 난립과 이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프리미엄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전문가들은 “‘떴다방’은 불법전매를 조장하거나 고의적으로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분양가격을 올려서 당첨되지 않은 실수요자들에게 ‘폭탄’을 떠안기는 등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가 이들 ‘떴다방’의 주요 무대가 된 것은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청약가점 최저점’이 60점을 넘어서면서 주요 단지는 실수요자인 지역민보다는 고(高)점수대의 청약통장을 불법으로 사들인 역외 투기꾼이 당첨되는 비율이 높다. 이러다보니 ‘떴다방’이 웃돈을 주고 당첨가능성이 높은 청약통장을 사들이고 있다.

또 이들은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에게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구입한 뒤 이를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여 막대한 이익을 취한다. 일부 청약 경쟁률이 높은 단지의 분양권은 자신들끼리 사고 파는 이른바 ‘돌리기’를 통해 실제로 매매없이 가격만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곡된 프리미엄을 만들고 중간 이익은 ‘떴다방’이 챙기는 수법이다.

따라서 지역민들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프리미엄을 주고 아파트를 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구 신규분양 아파트의 경우 3.3㎡당 평균 800만원대의 분양가가 ‘떴다방’의 전매를 거쳐 1천만~1천100만원으로 올랐으며, 이렇게 해서 생긴 한채당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은 고스란히 외지 투기꾼의 손에 들어갔다.


‘떴다방’은 프리미엄을 낮게 신고하는 속칭 ‘다운계약서’를 통해 거래·양도세 탈루를 일삼는다는 것도 업계에서는 알려진 사실이다. 전매제한이 풀리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 다운계약서와 함께 실제 돈이 오간 거래·차입내역 등을 담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는다. 하지만 해당 단지의 프리미엄이 더 오르거나 거품이 빠져 거래 당사자가 계약철회를 원할 경우 법적분쟁으로 이어지고 과태료까지 부담해야한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지역 아파트 분양시장 과열로 지역민이 입은 피해는 너무 크다”면서 “특히 과도한 프리미엄은 향후 아파트 입주시점 때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자체는 떴다방 등 불법 중개업소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국세청도 이들 불법업자의 탈세혐의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호기자 leec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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