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감은 풍년이지만 농민의 마음은 무거워

  • 채건기 시민
  • |
  • 입력 2015-11-18   |  발행일 2015-11-18 제29면   |  수정 2015-11-18
[시민기자 세상보기] 감은 풍년이지만 농민의 마음은 무거워
15일 대구시 동구 지묘동 팔공산 자락의 자택 앞마당에 있는 감나무,
[시민기자 세상보기] 감은 풍년이지만 농민의 마음은 무거워

저희 집 감나무를 소개합니다. 집 마당에는 나이 많은 키 큰 반시 감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서리가 오고 초겨울 비가 내려 붉은색 감이 서로 앞다퉈 홍시가 되려고 합니다. 가지에 달린 채 홍시가 된 감은 까치의 먹잇감이 되죠. 새에게 홍시를 다 빼앗기기 싫었던 저는 기다란 대나무 장대로 감을 땄습니다. 다섯 접 정도의 감을 수확했는데 따는 것을 도와준 죽마고우에게 두 접 주고 한 접은 눈 오는 겨울에 아이스홍시 만들어 먹기 위해 전통방식으로 단지를 땅에 파묻고 짚을 깔고 하나하나씩 채워 넣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맛있는 홍시를 먹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즐겁고 풍요롭습니다. 남은 두 접은 감 말랭이와 곶감을 만들기 위해 칼로 썰어서 늦가을 햇살에 말렸습니다. 온종일 감 따고 일하다 보니까 겨울을 재촉하는 해는 왜 이렇게 짧기만 한지요. 해는 이미 서쪽 산 능선에 걸렸습니다.

감은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만 자라고 중부지방에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25년 전에 경상도 여자에게 장가를 든 경기도 분당에 사는 매제가 감을 좋아한다기에 한 접을 보냈습니다. 경기도 태생이라 감나무를 못 보고 자란 탓인지 무척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감풍년, 사과 풍년, 벼농사도 대풍이라고 합니다.

가을에 태풍도 없고 일조량이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만 농사가 풍년이라도 농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예부터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농민 입장에선 넉넉하게 팔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농산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채건기 시민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