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송유근과 표지갈이

  • 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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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7   |  발행일 2015-11-27 제22면   |  수정 2015-11-27
[미디어 핫 토픽] 송유근과 표지갈이

‘천재소년’ 송유근의 논문 표절과 교수들의 ‘표지갈이’ 논란이 미디어를 장식했다. 이들 사건은 오늘날 교수들의 달라진 역할론과 현주소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오늘날 교수는 논문을 잘 쓰는 것만이 본업이 아니다. 학생을 잘 모집하는 일도 주업이다. 아무리 좋은 논문을 발표해도 학생모집에 실패하면 무능한 교수로 낙인찍힌다. 대학교가 학문하는 곳이 아니라 입시학원처럼 학생을 모으는 곳이란 자탄마저 들린다. 이 같은 현상은 교수 채용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특히 일부 전문대학의 경우 설령 ‘범죄자’일지라도 학생 모집에 재능 있는 사람을 교수로 선호한다.

국내 최연소 박사가 될 것으로 알려졌던 송유근(17)의 박사 논문이 표절로 확인돼 게재 철회 조치가 내려졌다.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은 송유근의 논문이 표절이라며 게재를 철회한다고 24일 밝혔다. 송유근의 지도교수이자 이번 논문의 제2저자인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은 “제 불찰이다. 모든 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공부를 열심히 한 송군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좋은 논문을 쓸 수 있게 해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실수로 보이지만 어쨌든 안타까운 일이다.

남의 책에서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한 일명 ‘표지갈이’로 양심을 판 교수들이 대거 사법처리 위기에 처했다. 의정부지검은 26일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준 혐의(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대학교수 200여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일부 교수는 의심을 피하려고 책 제목에 한두 글자를 넣거나 빼는 수법까지 썼다고 한다. 제자들에게 엉터리 책을 신간이라고 속이고 팔아 인세를 챙기는 뻔뻔함도 보였다. 국·공립대학교는 물론 서울 유명 사립대에 이르기까지 전국 50여곳에서 이같은 비리가 저질러졌다. 일부 학회 회장과 스타 강사도 포함돼 있다. 양심을 판 엉터리 교수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았다.

대학교수는 학문적 양심의 표상이고 사회 지도층이다. 교수 사회의 도덕성이 어쩌다 파렴치한 범죄 수준으로까지 떨어졌을까. 사회 환경 변화 등을 핑계로 돌리기엔 설득력이 낮다. 교수 스스로 너무 부패한 탓이다. 대학교에선 이미 교수가 ‘게으르고 욕심 많은 돼지’라는 말로 통한다. 교수의 권위를 사익을 채우는 일에 휘두를 것이 아니라 학문적 양심과 스승의 도(道)를 세우는 일에 사용해야만 대학사회가 윤리 불감증의 진원지란 오명을 벗을 수 있다.

최영호기자 cy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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