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다시 만난 동창생들 ‘추억의 수학여행’

  • 이외식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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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3   |  발행일 2016-11-23 제14면   |  수정 2016-11-23
현풍초등 54회 졸업 50주년
경주서 추억 더듬고 情 나눠
50년만에 다시 만난 동창생들 ‘추억의 수학여행’
지난 19~20일 졸업 50주년을 자축하는 추억의 수학여행을 경주 일원에서 가진 대구 현풍초등학교 54회 동창생들이 불국사 대웅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을녘 햇살이 유난히도 따스했던 그날, 송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짧은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아쉬움에 떨고 있는 단풍잎을 더욱 애처롭게 해 인생의 가을을 반추하는 듯하다. 인생의 가을을 맞은 그들은 ‘기억하라 1966년’의 아스라한 추억을 더듬으면서 50년 만에 화려한 외출을 시작했다.

“니 거시기 아이가. 이름은 겨우 기억나는데 얼굴은 도무지 모르겠다. 5학년 때 한 반이제. 문디 가스나, 내도 모리고 서운타.”

여기저기서 수십 년 만의 해후로 마치 이산가족 상봉처럼 매우 들떠 나이도 잊은 채 서로 포옹하는 모습에서 정겨움이 짙게 녹아난다. 환갑을 훌쩍 넘긴 그들은 5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동화 속 소년소녀로 자리했다.

대구 현풍초등학교 54회(1966년 졸업) 동창생들은 지난 19~20일 졸업 50주년을 자축하는 추억의 수학여행을 경주 일원에서 가졌다. 9·12 경주 지진의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주춤한 경주를 여행지로 택해 실의에 빠진 관광업 활력에 일조를 더하는 나름의 의미도 함께했다.

이날 전국에서 흩어져 살던 동창생 77명이 경주 한 호텔에 집결해 그들만의 오붓한 모임으로 50년 전 추억을 곱씹으면서 가을의 전설을 만들었다.

1960년대, 지독히도 가난했던 학창시절을 회고하면서 교실이 부족해 오전·오후반으로 쪼개 2부제 수업으로 한 반에 80명씩 부대끼며 공부를 했고, 그나마 1학년 때는 노천수업으로 대신했다고 전했다. 꽁보리밥, 강냉이죽 한 그릇에 허기를 달래면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때를 상기하면서 서로가 눈시울을 붉히며 추억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1965년 봄 핸드볼 선수인 동기들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해 트럭을 개조한 무개차를 타고 현풍 시가지를 퍼레이드한 당시의 환희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들만의 화려한 기억이라고 자랑했다. 특히 이날 4전5기의 복싱신화를 창조한 전 세계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 홍수환씨가 참석해 인생역정을 특강하면서 멋진 노후의 인생설계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함께한 동창생들은 “타고난 가난을 운명으로 생각지 않고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살아온 친구들 모두가 이 사회의 받침돌이 되었다”면서 “어릴 때의 순수했던 초심을 잃지 않은 친구 모두가 너무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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