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無爲而治 (무위이치)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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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6   |  발행일 2017-01-06 제23면   |  수정 2017-01-06

장자는 살육과 전쟁, 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전국시대를 살았다.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돈이 장자에게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웠다. 장자는 자유를 좇는 우화와 처세를 담은 비유·풍자 등이 들어간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소요유(逍遙遊)에서 천하(天下)까지 33편 6만5천자에 달하는 어렵고도 미려한 글이었다. 장자의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사유(思惟)는 거대한 새 붕(鵬)에 대한 상상력에서도 오롯이 노정된다. 구만리를 나는 새 붕이 날개를 퍼덕이면 파도가 삼천리 치솟고 태풍이 몰아친다고 묘사했다. 장자의 주옥같은 황금률 중에서도 가장 솔깃한 경구는 무위이치(無爲而治·일부러 하지 않아도 다스려진다)였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아니하고(知者不言)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言者不知)’는 처세훈을 남긴 노자는 무위(無爲) 사상의 원조다. 노자의 ‘무위’ 개념은 소극적이거나 현실도피적 태도가 아니다. 남이 만든 이념이나 기준에 휘둘려 부화뇌동하거나 경거망동하지 않는 소신이며, 세상의 변화에 자발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다. 노자 사상에는 정치철학 성격이 짙게 배어 있다. ‘도덕경’에 나오는 ‘무위의 실천’ 역시 통치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의 자유시장주의는 무위(無爲)의 경제 버전이라 할 만하다. 사마천은 ‘물자의 유통, 수요공급의 조절이 시장의 자연지험(自然之驗)으로 이루어지니 통치자는 이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기록했다. 애덤 스미스(1723~90)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과 판박이다. 사마천은 이미 기원전에 시장경제의 맥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무위를 관통하는 사조는 자율이다. 경제적으론 자유시장주의를 지향하고, 정치적 저류(底流)는 공화정과 민주주의다. 그래서 2천~3천년 전의 무위 사상이 절대적 권위가 쇠퇴하는 현대사회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모자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철학은 무위이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토론을 허용치 않는 참모회의, 상명하달식의 독선, 찍어내기 보복 인사 따위가 그의 통치 방식이었을 뿐이다. 새 대통령만큼은 무위이치의 정치철학, 관용과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선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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