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당신은 위기상황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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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4 07:55  |  수정 2017-01-24 07:55  |  발행일 2017-01-24 제25면
[문화산책] 당신은 위기상황입니까
안현주 <메시지캠프 기획팀장>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지난 폴크스바겐 사태와 같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는 부인했지만 그러한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적잖이 놀랐다. 크라이슬러의 부활을 이끌었으며, 꼭대기 층에 있던 집무실을 없앤 소통하는 리더십의 표본으로 배웠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다. 리더의 위기는 회사의 위기와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애플,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처럼 최고경영자가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때때로 모범과 성공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의 숨겨진 이면이 드러나며 추락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같은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하이드보다 지킬 박사에게 더 큰 도덕적인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좋은 소식은 외부에 널리 알리고자 하지만, 부정적인 이슈는 확산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같은 맥락에서 백악관의 트위터, 유명 브랜드의 페이스북은 홍보 전문가에 의해 관리되며 의도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이것이 PR, 마케팅 회사들이 돈을 버는 이유다. 이때 어느 선까지 좋게 포장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대중은 만들어진 이미지를 소비하지만, 그 기대감의 이면에는 실제와의 불일치에서 오는 실망감도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려하게 포장된 선물상자가 눈앞에 있다고 하자. 큰 선물인 줄 알았더니 인형 안에 인형이 있는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포장지만 계속 나온다면 ‘아, 결국 과대포장이었어’라고 생각하며 큰 실망을 할 것이다. 그래서 기대감을 깨는 것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순신 장군은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 리더의 부재로 인해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마찬가지로 회사는 모든 위기를 구성원과 공유하지 않는다. 직급에 따른 정보력의 차이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경제 불황과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운 회사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의 공유는 구성원을 결집하게 하고, 내부의 적을 외부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위기의식으로부터 오는 혼란과 불안감, 그로 인해 구성원의 이탈을 촉진하는 부작용도 있다. 타이타닉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약자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혼란을 틈타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이탈자가 있기 마련이다. 드러내는 것과 감추는 것, 가장 어렵지만 무엇이든 적당히가 중요하지 않을까.안현주 <메시지캠프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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