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촛불 집회의 특징과 새로운 소통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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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4   |  발행일 2017-01-24 제29면   |  수정 2017-01-24
[기고] 촛불 집회의 특징과 새로운 소통방식
박한우 (영남대 교수)

지금도 촛불 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촛불 집회의 참가 규모와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하거나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 집회가 보편적 시위 방식으로 정착한 것은 2008년 광우병 파동 때이다. 당시에도 인터넷과 광화문을 메운 사람들의 의미와 파급력에 대해서 충분히 해석하지 못했다.

지난 촛불을 곱씹으면서 이번 박근혜 촛불의 특성을 분석해 보자. 의사소통과 빅데이터를 전공한 필자가 보기에, 박근혜 촛불은 ‘N4’로 축약되는 주목(attentioN), 반응(reactioN), 표현(expressioN), 참여(participatioN) 과정에서 차별적 특징을 지닌다.

첫째, 주목의 과정을 보자. 이번 촛불의 발단은 최순실 태블릿 PC에 담긴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메이저 지상파 언론사가 아닌 종편 뉴스채널이 도화선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차별된다. 특히 JTBC는 자신의 매체 안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았다. SNS 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태블릿 사건을 실시간으로 유통했다. 예사롭지 않은 관심에 놀란 다른 언론사들도 경쟁에 뒤질세라 바로 쫓아왔다.

둘째, 반응의 양식이다. 뉴스가 시민의 실시간 화젯거리에 포함되려면 ‘밈(meme)’이 필요하다. 밈이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변형하고, 복제하고, 퍼트릴 수 있는 문화적 요소다. 예컨대 ‘강남 스타일’의 성공도 유튜브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밈은 우리나라 인터넷에서는 ‘짤’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길라임’ ‘내 손에 장’ ‘북한 핵 공격’에 이르는 상황별 ‘짤’이 사람들의 집중을 높였던 사례다.

셋째, 시청자가 뉴스를 자신의 텍스트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어떤 이슈도 저널리즘 변방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사이버감성연구소가 페이스북에 올라온 촛불 집회 댓글 2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표현 빈도와 톤은 역대 최대 인원이 참여한 3차 촛불에서 바뀌게 된다. 매 주 2개 이상 댓글을 남긴 사람이 1차와 2차 때는 20%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3차를 지나면서 30%를 넘었다. 4차부터는 감성적 댓글이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표현들이 정치적으로 더 자유로워졌다. 한편, 중복 단어를 제외한 순수한 단어의 비율은 3차부터 대폭 감소하였다. 특정한 주제어가 반복되면서 탄핵과 하야 이슈로 초점이 맞추어졌다.

넷째, 스마트폰과 SNS의 출현으로 관계 맺기와 말하기는 빨라지고 쉬워졌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접촉하는 것은 태도와 행위의 변화에 모멘텀을 제공한다. 이번 촛불은 TV에서 만나는 기자, 연예인, 정치인뿐만 아니라 옛 친구, 직장 동료, 이웃 주민과 만나는 공간이 되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문화제’로 자리매김한 촛불에 상대적으로 편하게 나올 수 있었다.

촛불에 대한 기존 시각은 ‘보수-진보’이거나 ‘아날로그-디지털’이었다. 양극화된 진영 논리는 해석의 편리성만큼이나 위험하다. 소위 ‘박사모’의 맞불 집회는 촛불의 분수령이 된 3차가 지난 이후에야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촛불이 아직 꺼지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집회 참여자를 타자화하거나 정치 공학적으로 비평하는 해묵은 접근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오류에 빠질 것이다. 그것이 이번 촛불을 ‘N4’의 시각으로 분석해야 하는 까닭이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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