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시민주 회사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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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9   |  발행일 2017-03-29 제31면   |  수정 2017-03-29

2003년 1월4일 자본금 5천만원으로 법인 설립등기를 마친 이 회사는 그해 4월29일 시민주 공모를 통해 자본금 69억원을 증자한다. 이 회사가 전국 최초의 순수 시민주로 세워진 <주>문경관광개발이다. 탄전지대였던 문경지역이 폐광으로 암울해지자 주민 스스로 타개책을 찾고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만명 넘는 시민이 주주로 참가했고 대체산업으로 들어선 문경골프장 건설에 한몫을 했다. 이후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존폐의 논란을 겪기도 했으나 여전히 1만2천여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시민주를 공모해 만든 회사는 대부분 프로축구단 등 일부 지분만 시민주로 공모하는 경우가 많다. 문경관광개발은 나중에 문경시가 10억원을 증자 형식으로 참여해 최대 주주가 됐지만 문경시민들의 회사임은 분명하다. 설립 목적에 맞게 지역 경기회복에 이바지하는 신규 개발사업을 창출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안정적인 경영으로 주주들에게 거의 매년 주식 배당을 해왔다. 지금은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사업영역도 개척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가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대표이사 자리를 두고 무보수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대로 별다른 과실이 없는 현재 대표를 유임시키자는 입장도 있다. 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저마다 주주총회에서 이기기 위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행보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생기고 유언비어도 나돈다.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각기 내세우는 논리나 입장에 대해 문경시민들은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배경의 순수성에 대해 의심하는 듯하다.

시민들의 뜻을 모아 만든 회사가 흔들리는 것을 바라는 시민은 없다. 설립과정이나 성장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 극복해 오늘에 이르렀다. 상법상 주식회사이기는 하지만 시민주 회사의 특성상 일반 기업처럼 의사결정이 빠르지도 못하고 위험성이 높은 신규사업의 진출도 만만치 않다. 사업의 실패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탓이다. 시민주 회사를 지켜보는 눈은 많다. 잘 성장하면 지역개발의 새로운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 문경시민들의 저력을 믿어 볼 일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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