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공유, 통폐합, 그리고 4차 산업혁명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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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5   |  발행일 2017-04-05 제30면   |  수정 2017-04-05
정원감축·등록금 동결에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 생존 위해 몸부림
2주기 구조 개혁 잘 대처…지역대학 위상 높아지길
[동대구로에서] 공유, 통폐합,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대학들이 예전에 전혀 겪어보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입학정원은 줄어들고 있는 데다 등록금은 10년 가까이 동결되면서 대학재정이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수익구조는 점점 악화되는데도 교육서비스의 질은 더 높여야 해 그야말로 초긴축 재정을 펴오고 있다. 여기에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을 소홀히 할 경우 존폐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어 대학사회의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존립을 위해서는 우선 2주기 대학 구조개혁 파고를 잘 넘어야 한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의 핵심은 2021학년도까지 정원을 5만명가량 줄이는 것이다. 1주기인 2014~2016년에 4만명 감축 목표로 진행해 실제로는 4만4천명을 감축했다. 3주기(2020~2022년) 7만명 감축 목표를 포함하면 9년간 16만명 이상의 대학정원을 줄이는 것이다. 2주기는 평가 결과 전체 대학의 40~60%는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해 자율 정원감축을 유도하고, 나머지 하위그룹은 X·Y·Z로 분류해 Z등급은 정상화가 불가능한 경우 통폐합 또는 퇴출시킬 방침이다. 결국 상위 40~60% 이내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느냐가 관건이다.

2주기 대학 구조개혁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공유, 통폐합,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인재육성이라는 화두를 잘 풀어야 한다. 최근 들어 경북대와 대구교대, 안동대와 금오공대, 대구권 6개 사립대 간 협업체계 구축은 ‘대학 간 자원 공유’ 신호탄이다. 도서관이나 체육시설을 공동이용하고, 개설과목의 상호 수강 및 학점 인정 등으로 인적 및 물적 자원의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 취지다. 대학 간 협업체계는 서로 간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아 향후 전방위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둘째 화두는 통폐합이다. 정부는 대학 간 통폐합의 길을 활짝 열어 놓았다. 국립대는 정부가 내년에 관련 예산을 확보한다면 통합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사립대의 경우 교육부는 우선 동일 재단이나 설립자가 같은 대학 간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전문대와 4년제가 같이 있는 학교법인의 경우 두 대학의 통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에 전문대와 4년제가 통합하면 전문대 정원의 60%를 감축해야 하지만 정부는 정원감축 기준 완화를 추진 중이다. 또 통폐합으로 인한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인데 전문대와 4년제를 모두 운영하기 어려운 재단 처지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통폐합으로 인한 일시적 지표 하락을 보정해주고 2주기 구조개혁 평가 제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을 밝혔다. 지역 사학들은 당장 통폐합 필요성은 크지 않지만 영남대와 영남이공대처럼 4년제 강점인 연구 및 교양강좌와 전문대 강점인 취업 및 실기교육을 상호 활용하고 시설 공유 등 상당히 깊이 있는 수준의 협업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2주기 구조개혁의 마지막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다. 1주기 구조개혁이 정원감축이나 인문계 정원의 이공계 이동 등 단순 구조조정에 국한됐지만 2주기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력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학이 교육 혁신을 통해 창의적 발상과 유연한 사고를 갖춘 미래인재를 양산해야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학과 개념이 무너지고 융복합 교육 강화라는 시대적 교육혁신에 나설 시기다.

2차 구조개혁에 앞두고 지역대학에 희망적인 요인은 지난번 1주기 구조개혁 평가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지역대학들의 경쟁력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극히 일부 부실재단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오히려 2주기 구조개혁을 통해 지역이 교육도시의 명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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