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혹시 문재인정부도 수도권 규제 완화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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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9   |  발행일 2017-06-19 제31면   |  수정 2017-06-19

균형발전을 약속한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집권 5년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수장인 김진표 위원장이 작심한 듯 총대를 메고 나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와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잇따라 수도권 규제완화를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첨단산업 같은 경우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석·박사급 엔지니어를 고용해야 경쟁력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지방에는 안 오려고 하니까 할 수 없이 상하이로 간다”면서 “첨단산업이 외국으로 가게 내버려둘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것들은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게 해줘야 된다”며 업종에 따라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위원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를 역설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도 지난 7일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된 무역업계 정책 제언을 국정기획위에 전달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비수도권의 강력한 반대에도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운 참여정부도 수도권 공장 총량 설정 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고, 이명박정부는 수도권 산업단지 안의 공장신설과 증설을 완화해 반발을 샀다. 박근혜정부도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허용했고, 자연보전지역 내 공장 신증설을 위한 입지 규제를 완화했다. 수도권 정치인들도 가세해 아예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에 힘입어 수도권 집중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고 상장회사의 72%가 집중돼 있다. 전국 20대 대학의 80%, 정부투자기관의 89%, 예금의 70%도 수도권에 몰려있다. 수도권이 돈과 사람·기업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지방 경제는 고사(枯死) 직전의 위기상황에 몰렸다.

지금 비수도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약속으로 어느 때보다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지방의 현실을 외면한 김진표 위원장의 연이은 수도권 규제 완화 발언은 이 같은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에 하나 새 정부에서 수도권 규제가 풀린다면 대구국가산업단지 등 지자체의 역외기업 유치에 차질은 물론 어렵게 유치한 기업마저 수도권으로 유턴할 가능성이 커 지역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은 수도권 규제를 풀 것이 아니라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비수도권 국회의원들도 무분별한 수도권 개발 정책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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