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 지방이 북유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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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7   |  발행일 2017-06-27 제29면   |  수정 2017-06-27
[기고] 이제 지방이 북유럽이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연방제에 준하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내년 개헌에 꼭 넣겠다고 했다. 이 선언대로 시행한다면 참여정부 기간 분산과 균형발전에 이어 분권으로 완성하게 된다. 즉 촛불혁명에서 확인한 국민주권이 주민주권·지역주권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어디에서 살든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된다.

빈부 격차 해소가 단지 사회정의 측면의 당위적 요구일 뿐만 아니라 장기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에 긴요하듯, 지방분권도 국가 전반의 발전에 긴요하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돼 불확실성이 높아진 오늘날 세계 경제는 투자주도형 단계에서 혁신주도형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외부기업이나 공공투자를 유치해 성장하는 외생적 발전 전략은 지속하기 어렵다. 지역의 동태적 비교우위를 감안한 산업 발전을 위해선 자율성 확대가 요구된다. 지역별 여건, 산업의 특성, 성장 잠재력 등에 대해 정보와 지식이 풍부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지역별 정책 추진이 더 적합하다. 산업 구조조정이 집중된 지역의 경제 회복에는 특히 그렇다.

중앙 집중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되고, 그에 대립되는 혼잡비용은 통계적으로 입증이 어려웠다. 그러나 전체 출산율이 평균 1.2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성장의 원천적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수도권 출산율은 1.0으로 전체 출산율 하락을 선도하고 있다. 그만큼 수도권의 경쟁 압력은 거센 반면 주거비 상승 등으로 가정을 이루고 살기가 비수도권보다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

서울에 살면 문화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2015년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음악연주회, 연극과 뮤지컬, 무용, 미술 관람 등에서 서울보다 지방·지역들이 분야별로 더 횟수가 많은 경우가 흔하다. 여가활용 만족도를 보면 ‘매우 만족’은 서울보다 세종·강원·충북·충남·전남·제주가 더 높고, ‘매우 불만족’에서도 서울은 대구·광주·울산·세종·강원·전남·경북·경남보다 더 높다.

일·가정 양립제도에 대한 인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출산(전후) 휴가제, 배우자 출산휴가제, 육아휴직제, 직장보육지원 등에선 서울이 지방의 각 지역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출산율 저하 문제는 단지 젊은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자리와 빈부 격차, 복지수준과 삶 전반의 문제다.

분권과 분산, 균형발전이 궤도에 올라 일자리가 가져다주는 기회를 갖게 되면 지방도 수도권 못지않게 일자리와 문화 혜택을 누리면서 목가적인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에서의 삶이 힘들다고 ‘헬조선’을 외치며 북유럽 등지로 이민 가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객으로 살기보다 지방이 노르딕(북유럽)인 시기를 꿈꿀 수 있다. 북유럽형 복지국가를 하기엔 인구 규모가 너무 크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적절한 규모로 분권과 분산을 해야 한다.

물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제2국무회의 외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양원제)을 설치해 행정부와 의회 모두에서 지역을 대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한 자주재원은 금융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시중은행의 예금을 그 지역에서 순환케 하는 지역재투자법을 시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역의 각종 사업을 중앙 공기업이 독차지할 것이 아니라 지방공기업들이 맡아 하도록 지방공기업육성법도 필요하다. 지방 소재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과 연관되는 산하 기관들은 더 이전하고, 그와 업무 연관을 갖는 민간기업의 본사들도 그 주변으로 이전케 해서 지역을 4차 산업혁명의 근거지로 만들어야 한다. 또 대도시-중소도시-농촌이 연계해 20~30대, 40~50대, 60대 등 생애주기별로 새로운 삶이 가능케 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인구과소에 따른 문제는 압축형 도시(콤팩트시티)로의 전환, 분권체제 하에서 낙후지역의 문제에 필요한 지방재정조정제도, 도시재생사업이 서울에만 혜택을 집중하지 않도록 하는 등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와 정책은 여전히 중요하게 남을 것이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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